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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Sep 12. 2023

I feel blue




내 머릿속 지도에는 너에게로 가는 길이 애초에 없다

꼼짝없이 내게 붙어 지탱하는 존재를

너를 잘라내고 나서야 나는 완전해졌다

절름발이 걸음으로 편안히 걷는다


아린 물이 파랗게 고여 뚝뚝 떨어진다

두 손 높이 그 물을 모아 그림을 그린다

파르무레한 너 새파란 너 푸르디푸른 너 시퍼런 너

파르무레한 나 새파란 나 푸르디푸른 나 시퍼런 나

너로 얼룩진 자리를 닦아 나를 그려내며

가만히 들여다본다


푸른 기를 지운 투명한 얼굴은 오래전 어린아이의 얼굴

스스로 퍼렇게 물들어간 동안

작은 두 손을 문질러 말갛게 세수를 한 시간

파란 물감을 짜내어 다 쓰고 너란 그림만 남긴다

blue you’re here

어린아이가 환하게 웃는다

기우뚱하는 세상 속에 비로소 똑바로 선다




[이 슬픔이 모이면 난 파란 그림을 그려

그 물감을 다 쓰면 너란 그림만 남겨져

I feel blue

I feel blue

Where are you

I feel blue


-터치드밴드-blu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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