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시작하고 한 달여 지나 두 번째 인바디 측정을 했다. 평소 옆에 폭탄이 떨어진대도 회원에게 한번 꽂은 눈은 돌리지 않을 것 같이 침착하던 트레이너에게서 생전 처음 보는 표정을 보았다. 지금 운동선생에게서나 생소하다는 거지 그간 내 육체기계를 겪어 본 모든 사람들에게서 보았던 익숙한 표정이다. 그도 당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체중은 물론 골격근량, 체지방량, 체성분분석표까지 모든 항목이 소수점아래 숫자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이 처음이랑 똑같았다. 양손에 종이를 들고 번갈아 보며 마술이라도 보는 듯이 차마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해 도리도리를 해대던 그의 고개가 수그러졌다.
내 기막힌 몸이 직업정신이 투철하던 한 사람에게 끝내 굴욕감을 안겨 주고 말았다는 사실에 왠지 미안했다.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그런 마음을 가져야만 할 것 같았다.
“저, 선생님 괜찮아요?”
“아, 보통 이렇게는……. 글쎄 이러지는......”
할 말을 잃은 그는 헤어지는 순간에 늘 하던 마지막 인사말도 잊어버렸다.
그래서 그날은 내가 대신 전했다.
“잘하시고 계세요. 힘내요.”
집에 돌아와 지쳐 물 마실 기운도 안 났지만 자꾸만 축 처져있던 선생 모습이 어른거려 억지로 단백질 파우더를 퍼먹으며 미안한 마음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