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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May 14. 2020

일리아스(제2권)

함선  목록



“제우스는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높여 줄 방법을 밤새 궁리한다. 궁리 끝에 아가멤논에게 거짓 꿈을 보내어 트로이아를 공격하라고 부추긴다. 아가멤논은 올륌포스의 모든 신들의 뜻에 따라 전쟁이 승리로 끝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도 군사들을 말로 시험해보고자 한다.
원로회의에 참석한 이들만 꿈에 관한 사실을 알게 하고 일반 병사들을 모아 놓고 배를 돌려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거짓 웅변을 한다. 군사들은 크게 동요하며 귀향의 부푼 꿈을 안고 당장이라도 돌아가려고 한다.
이때 아테나의 명을 받은 오뒷세우스가 함선들 사이를 다니며 그들을 만류하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한다. 달변가의 설득에 감동한 군사들은 오히려 사기가 백배 충만하여 9년간 기다렸던 트로이아의 함락을 목도할 때가 왔다며 전투태세를 갖춘다.
아가멤논은 전투에 앞서 신들에게 제물을 올리고 함선들의 지휘자와 함선 목록을 읊는다.
많은 동맹군이 모여 있는 트로이아 진영에서도 헥토르의 지휘 하에 이에 맞서 전투태세를 갖춘다.“
 
<독후감>
올륌포스의 모든 신들의 뜻이라며 트로이아를 공격하라는 계시를 꿈에서 받은 아가멤논이 승리에 대한 확신을 하면서도 거짓 웅변으로 군사들을 시험에 빠트리는 장면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뒤 오뒷세우스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의 등장은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연극처럼 극적인 등장이자 전환이었다.
호메로스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오뒷세우스의 설득에 사기가 오르는 군사들을 보면서 한번 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중 한 대사가 떠올랐다.
“중요한 건 기세야.”

혹시 봉테일은 오뒷세우스에게 감동받았던 게 아닐까.


아가멤논이 신들에게 고하는 함선들의 지휘자와 함선 목록은 이 책에서 장장 14쪽에 이른다. 합계 그리스군의 함선들은 모두 1189척에 군사는 10만 명쯤 된다는 주석이 달려있다.
보고서는 ‘어느 지역에서 온 어느 가문의 아무개가 몇 척의 함선을 갖고 왔다.‘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이오티아인들은(그리스의 중동부 지방으로 앗티케 지방 서북부에 있다.)’으로 시작하는 보고는 ‘마그네시아인들이 마흔 척의 함선을 끌고 왔다.’로 끝이 난다.
덕분에 우리나라 지명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지리 무식자인 나는 고대 그리스의 온갖 지명을 훑게 되는 때 아닌 지리 공부에 골머리를 앓았다. 사촌을 넘어가면 친척도 헷갈리는 주제에 남의 집 족보도 외워가면서.
이 14쪽의 보고서를 읽는 것은 그야말로 나와의 싸움이었다. 2쪽 이상 읽으면 입력 정보 용량을 초과한 내 뇌가 잠드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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