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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May 15. 2020

일리아스 (제3권)

맹약 : 성벽 위에서의 관전 :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결투



**파리스(=알렉산드로스) ; 헬레나의 현 남편.
**메넬라오스 ; 헬레나의 전 남편.
**파리스가 스파르테 왕비 헬레나를 데려와 트로이아 전쟁이 발발.
**테티스와 펠레우스 결혼식에 초청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적힌 황금사과를 던져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서로 가지겠다고 다툼이 일어남. 셋은 인간 중 가장 미남인 파리스에게 찾아가 판결을 받기로 하는데 파리스에게 헤라는 아시아 통치권을, 아테나는 전쟁에서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절세미인을 주겠다고 내건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고 헬레나를 얻게 되지만 헤라와 아테나의 미움을 사 전쟁이 발발한다.
 
“파리스는 누구든 나와서 자신과 겨루자고 결투를 신청한다. 이에 메넬라오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하고 나오자 그 기세에 놀라 파리스는 트로이 진영으로 도망친다. 헥토르가 분노하여 동생 파리스를 꾸짖고 파리스는 뉘우치고 다시 나아가서 외친다.
‘헬레네와 그녀의 모든 보물을 걸고 싸우자. 결과에 승복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우의와 굳은 맹약을 맺으라.’
아카이오이족(그리스인들)과 트로이아인들은 고통스러운 전쟁이 중단되리라 믿고 기뻐한다.
알렉산드로스와 메넬라오스의 일대일 싸움에서 메넬라오스가 승기를 잡고 결정적인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아프로디테가 개입하여 알렉산드로스를 데려가 버린다.
끝내 전장에서 사라진 알렉산드로스를 찾지 못하자 아가멤논(메넬라오스의 형)은 메넬라오스의 승리를 선언하며 헬레네와 함께 그녀의 보물들을 돌려주고 후세에 길이 남을 적절한 보상금을 지불하라고 주장한다.“
 
<독후감>
역사는 철저히 승자의 시각에서 기록된다고 했던가. 호메로스 역시 그러하다.
파리스를 세상에 둘도 없는 찌질이로 그려놓았다.
아프로디테에게 구조되어 죽음을 피한 뒤 헬레네를 침실로 불러들이는 장면에서는 척이 없었다.
오죽하면 피붙이인 헥토르조차도 돌팔매질을 당해 싸다고 했을까.
어느 집안이나 잘난 형에게 기죽어 아픈 손가락인 둘째들이 있는 모양이다. 예나 지금이나. 불쌍한 파리스.


호메로스는 파리스를 깎아내리는 걸로는 성에 안찼던지 헬레네의 입을 빌려 그리스의 장수들을 잔뜩 찬양한다. 아가멤논, 오뒷세우스, 아이아스 등.
아가멤논이야 총사령관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특히 오뒷세우스를 고결하고 위대한 인간으로 그리는데 제1권부터 공을 들인다.
속편 ‘오뒷세우스’를 쓰기 위한 큰 그림인 건가.


읽는 도중 옛이야기에 어울리지 않게 근대적인 뉘앙스를 물씬 풍기는 단어를 발견했다.

‘보상금 지불’
근대 서양국가들이 빌미 거리를 만들어 아시아 각국을 침략하고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하며 불평등한 조약을 맺어 식민지화시키는 제국주의 역사가 생각보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 뿌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은 흑해에서 교역을 시도하던 그리스인들이 그곳을 지키며 일종의 통과세를 요구하는 트로이인들과의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면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눈꼴신 장면있었다.
파리스와 헥토르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 왕, 즉 헬레네의 시아버지는 비탄에 빠져 있는 헬레네를 끝까지 위로한다. 네게는 잘못이 없다는 말로.
또 성벽 위에서 관전하고 있던 트로이아의 늙은 원로들 중 어느 누구도 헬레네를 비난하지 않는다. 트로이아인들과 아카이오이족이 저 여인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라고 말하면서까지.
흠, 지금까지 읽는 동안 호메로스가 우호적으로 그린 여성 캐릭터가 있었던가.
흠, 헬레네가 절세미인이 아니었더라도 저런 말을 했을까.
흠, 배알이 꼴리는 기분이 들지 왜?
그게 나였다면 다들 한목소리로 파리스의 돌팔매를 대신 맞고 대지에 꼭 붙들리라고 했을 것 같은데.(죽어서 땅에 묻히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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