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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May 18. 2020

일리아스(제4권)

맹약의 위반 : 아가멤논의 열병(군대를 정열 시킴)



“신들은 회의를 열고 있었다. 제우스는 헤라와 말싸움 끝에 아테나에게 명을 내려 트로이아인들이 먼저 맹약을 어기게끔 만든다. 아테나는 뤼카온의 아들 판다로스를 부추겨 메넬라오스에게 활을 쏘게 하는 동시에 급소를 빗나가게 막아주어 메넬라오스가 죽음을 피할 수 있게 한다.
메넬라오스가 큰 부상을 당하자 분노한 아가멤논은 전사들의 대열 사이를 다니며 전투를 격려한다. 이에 부응하여 지휘자들은 저마다 자기 백성들에게 명령을 내려 일사불란하게 싸우러 나아가고 반면 트로이아 동맹들은 언어가 다 달라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아레스와 아테나, 에리스(불화의 여신)의 격려로 전투가 계속되었다.
수많은 트로이아인들과 아카이오이족이 이날 격렬히 싸우다 전사했다.“


<독후감>
신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부추긴다. 감언이설로 속이고 음모와 술수로 이간질을 하고 인간들은 그것을 신의 뜻이라 믿으며 전쟁을 계속해나간다.
처음에는 아테나의 계획과 절제 하에 전투가 이뤄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을 지배하는 것은 아레스이다. 아레스는 맹목적으로 불화와 유혈과 살육을 조장하고 이를 즐긴다.
신들 사이에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망나니 같은 아레스가 전쟁의 민낯이라는 걸 호메로스는 지적한다.​
전쟁은 어떠한 명분이나 대의로도 가릴 수 없는 광포하고 참혹한 것이란 본질을 깨달은 자는 어떤 시각으로 전쟁을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
호메로스는 인간의 이성을 넘어서는 신의 영역에 기대어서야 전쟁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아가멤논이 전의를 불태우며 전사들을 격려할 때 오뒷세우스에게 이런 말을 하는 대목이 나온
다. ‘구운 고기와 꿀처럼 달콤한 포도주를 잔치 때마다 대접받지 않았는가. 빚을 갚으라.’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구나.

각 진영을 대표하는 전사들이 차례로 죽어나간다.
A는 B를 B는 C를 죽인다. 죽음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지휘자들은 죽은 뒤 이름이라도 남길 수 있었지만 이름 없이 죽어간 양쪽의 병사들은 그저 '먼지 속에 얼굴을 처박고 나란히 누워 생을 마쳤다.'
그날의 전투는 이렇게 기록됐다.
‘아테나의 비호 아래 그 전장 한가운데에 있었다면 어느 편도 못 싸웠다고 비난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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