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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미 Feb 03. 2021

[시] 공극



어쩌자고 당신 마음은
화강암으로 빚었을까
깊은 땅속 열기를 온몸으로 껴안아
반짝이는 꽂을 새긴 그 돌은
스스로 너무도 단단해
숨구멍이 없다
비를 머금을 수도 바람을 담지도 못하는
그 큰 돌로
어쩌자고 당신은 마음을 빚었단 말인가

온 힘을 다해 당신 마음을 쪼개어 본다
방향성 없이 깨진 파편들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용광로에 던진다
마그마가 끓어오르고 순식간에 식는다

마침내 도달한 궁극
검고 굳센 바위는 공극이 생겼다
그 작은 돌로
당신 마음 한 켠을 고이 빚는 손
비가 내리바람이 불어와
당신도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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