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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하다 Mar 25. 2019

뷰티한 일상, 불쌍한 현생

뷰티 에디터는 다 이런 건가요? 네. 맞아요.

"이게 자몽씨 일이잖아. 이런 건 잊지 말아야지."


어시스턴트로 입사 후, 처음으로 큰 실수를 했을 때 선배에게 들었던 얘기다. 이유인즉슨, 협찬받은 제품 하나를 스튜디오에 가져가지 않았고, 지면 프린트 후 에디터 선배가 먼저 발견하고야 말았다. 줄곧 존댓말을 하던 선배가 나에게 처음 반말로 야단을 쳤었는데, 등줄기가 서늘하고 에디터는 나의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한 순간이었다.


2년 차 뷰티 에디터. 지금은 나름 노련하게(?)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고뭉치. 앞으로 세상에 나올 에디터들을 위해 내가 에디터가 되기까지 겪었던 스토리들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셀카보다 신상 화장품이 먼저

어시스턴트는 이런 일을 해요

다행히 나는 첫 어시스턴트 때부터 좋은 선배를 만났다. 자그마한 아이디어를 하나 얘기해도 '너무 좋다!' 라던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하고 함께 이야기해줬기 때문이다. 다른 매체에서 어시를 했던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에디터 선배로부터 사람 취급(?)을 받기 시작한 게 6개월 즈음 지난 후부터였다고 한다.


어시스턴트의 가장 중요한 임무. 바로 '협찬'이다. 에디터 선배가 진행할 주제를 알려주면 바로 홍보 대행사에 협찬 전화를 돌린다. 촬영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스케줄 조절도 필수. 간혹 협찬을 거절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발로 뛰어 제품을 구해오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사무실 밖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했는데, 어시 업무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깨너머로 촬영 센스나 제품 배치 등등 배울 게 많기 때문.


혹시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어시스턴트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회사 밖 어른들을 무서워하지 말자. 그들도 사람이다. 나도 처음엔 말도 못 붙이고, 심지어 어떻게 서 있어야 되는지도 몰랐다. 촬영을 두어 번 나가고 나서야 "오..."라는 말을 처음 하게 될 정도였다.


어시를 그만둘 때쯤에는 어땠냐고? 포토그래퍼로부터 연예인 촬영 뒷얘기와 포토샵 작업 노하우까지 전수받고 나왔다. 한동안 프로필 사진으로 해 놓을 만큼 근사한 사진도 선물 받았다.

눈에 익으면 정든다는 말은 사회의 진리다. 가만히만 잘 있어도 그들은 나를 잡아먹지 않는다.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오히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날계란 같은 사회 초년생을 안쓰럽게 바라봐준다. 그러면서 어른과 잘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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