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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하다 Mar 26. 2019

뷰티한 일상, 불쌍한 현생 (2)

사진 한 장 괜히 만들어지는 게 아님을.

협찬과 더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임무는 '소품 구하기'이다. 소품은 별거 없다. 그냥 발로 뛰면 된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는 그야말로 보석함! 에디터가 된 지금도 고속터미널 상가 여기저길 돌아다니곤 한다. 특히 꽃시장은 없는 게 없는 곳이다.


내가 기획하고 고속터미널 상가가 만들어 준 한 컷

하이라이터 관련 기사를 준비하는 선배가 메탈릭 한 느낌의 종이를 구해오라고 한 적이 있다. 하이라이터가 종이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는 효과를 위한 것이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선배가 원하는 느낌의 종이를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고속터미널 지하에 있는 한가람 문구로 향했는데, 이게 웬일! 한가람 문구에도 내가 찾는 것은 없었다. 식은땀이 삐질 나고, 지금이라도 인터넷에서 주문해야 하나 싶었는데 촬영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라 스케줄을 맞출 수 없었다. 대형 문구점이란 문구점은 모두 돌아다니며 수소문해봐도 원하는 제품이 없었다.


절망에 빠진 순간, 회사 근처 문구점에서 비슷한 제품을 찾았으니 한 번 와서 확인해보라는 전화가 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감사합니다!'를 속으로 외치며 문구점으로 달려갔는데, (그때 내가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크기는 작았지만 느낌은 선배가 원했던 그 느낌이 맞았다. 다행히 선배의 컨펌을 받고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렇다. 자주 소품을 사러 가던 회사 근처 문구점 아저씨가 항상 종이와 석고상, 페인트 따위의 물건을 자주 (그리고 많이) 사가는 것을 보고 어시스턴트구나 생각했단다. '메탈릭 하지만 광택은 없는 큰 종이'를 찾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도와줄까 하여 여기저기 전화해보고, 생각보다 쉽게 구하셨다고 한다.


소품을 사러 다니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많이 생긴다. 소품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구하기 어려운 소품을 만나면 이내 '반드시 구하고 말리라!' 하며 자신감도 생긴다. 회사 주변 큰 문구점이나 소품을 구입하러 자주 가는 상점에 가면 사장님에게 괜히 친한 척을 해보자. 의외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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