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불안아,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홉 살 마음사전>에는
'불안하다'의 정의가 이렇게 내려져있다
걱정이 되어 마음이 편치 않다
아홉 살의 '불안해' 감정은
- 잠금장치가 고장 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드는 마음. '누가 와서 문을 열면 어쩌지'
- 발표회에서 피리를 불 때 계이름을 잘못 누를 것
같은 마음
- 엄마가 아끼는 꽃병을 깨트리고 나서
얼마나 혼나게 될지 걱정하는 마음
그렇다면 50대인 나의 불안은 어떤 마음일까?
한참을,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저 막연히, 안개에 싸인 것처럼 불안한 마음만 있을 뿐 원인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인 것 같다.
이 불안이 더 무서운 이유가.
아홉 살처럼
아무도 없는 집에 도둑이 들면 "도둑이야" 소리를 지르고 경찰에 신고하면 되고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있는 데 누군가 들어오면 "사람 있어요"하거나 빨리 볼 일을 보고 나오면 되고
엄마의 꽃병을 깨트린 것에 대해서는 엄마한테 "미안해"라고 하고 야단을 맞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의 불안은 그런 특정한 이유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래서 더 무섭고 다스리기가 어렵다.
이 불안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집중한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림을 배웠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딴생각이 들어오지 않았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림만 하루 종일 그릴 수는 없지 않은가
요가와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면 낫지 않을까, 그것 역시 잠시였다.
산책도 했다.
안 하는 것보단 나았겠지만, 역시나 잠시였다.
불안과 싸워 이기는 것은 승산이 없었고,
불면처럼 곁을 내주기엔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갱년기 호르몬의 힘은 막강했다.
시간이 가면 나아지려나, 얼마나 지나야 할까
그 무엇도 알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불안을 더 크게 만드는 요소였다.
다른 전략을 써볼까,
신경 쓰지 말자, 무시하자
그러나 불안은 그런 녀석이 아니었다.
불안과 친해져야 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잘 지내보자, 나의 불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