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지 말 것

오후 4시에 쓰는 글

by 이유미

교회를 가지 않은 게 내내 찝찝했다. 분명 친정엄마는 월요일 아침부터 지난 일요일 교회에 오지 않은 것을 빌미로 추궁하고 잔소리할 것이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하고 회사 어드민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을 때였다.


-엄마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올 게 왔다. 나는 조그맣게 뜬 노란색 창을 클릭했다.


‘교회는 안 다니려고 작정했어?’


예상했던 질문을 받아서 반가워야 할 텐데 내 마음은 그 반대였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짜증이 솟구쳤다. 나는 대화 입력창을 클릭했다. 내가 말을 다 치기도 전에 엄마의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이번 주에 전도사님 둘째 아들 결혼식이야. 너도 축의금 해야 해. 지난번 지호 돌잔치 때 전도사님이 없는 살림에 5만 원짜리 상품권 줬던 거 기억하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손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대화를 입력하며 울그락불그락했다.


‘나는 그 전도사님 둘째 아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축의금을 내? 그리고 나도 그 전도사님 첫째 아들 결혼식에 부조했어. 그러고 지호 돌잔치 때 받았으면 쌤쌤이잖아. 뭘 또 하라고 난리야!’


어쨌거나 돈을 내놓으라는 말이 나오면 사람이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이달 카드값이 몽땅 빠져나가 현금이 바닥난 상태였다. 엄마는 시도 때도 없었다. 장로님 생신이시다, 목사님 아들이 결혼식이다, 전도사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교회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없었다. 여태껏 엄마가 가자고 해서 따라간 게 전부였다. 물론 가끔 심적으로 너무 힘들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께 매달리고 싶은 심정으로 기도 하려고 자진해서 갔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교회에선 그런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첫째 목사의 설교가 맘에 들지 않았다. 늘 호통만 치는 통에 설교의 요점이 뭔지 파악하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일요일 늦잠을 포기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교회에 가 꾸벅꾸벅 졸다 오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차로 20분 거리로 이사를 오고 난 뒤엔 핑계 대기가 수월해서인지 잘 안 가게 되었다. 지호도 있고 하니 엄마도 전보단 잘 이해해주는 편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였다. 엄마만 그런 입장이라면 나도 늘 그렇듯 알겠다고 말하고 넘어가면 그만일 것을 이번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저 밑 어딘가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게 어떻게 쌤쌤이야? 첫째 아들은 얼굴 봐서 했어? 그 사람도 한 번도 본 적 없었지만 전도사님 얼굴 보고하는 거지. 다 그렇게 살아. 뭘 그렇게 따지는 거야? 엄마가 하라면 네네 하면 될 것이지 기분 나쁘게 왜 못한다는 거야?’


이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엄마가 전화를 걸지 않는다는 거였다. 2, 3년 전만 해도 문자 메시지로 조금만 다툰다 싶으면 내가 회사에 있건 중요한 회의 중이건 말건 엄마는 당장에 전화해서 자신의 분을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너무 곤란했고 전화를 받지 않기라도 하면 사무실 전화로 전화를 걸어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엄마가 카톡을 알고 난 뒤론 웬만큼 중요한 일이나 급한 게 아니고선 전화하지 않았다.


‘교회 좀 안 가면 안돼? 나 그 교회 너무 다니기 싫어. 엄마가 그랬잖아. 목사 보고 교회 다니는 거 아니라고. 하나님 보고 다니는 거라며. 그럼 아무 데나 내가 가고 싶은 교회 다니면 되잖아. 왜 꼭 엄마가 다니는 교회에 가야 되는 건데?’


‘엄마 보고 다니라는 거지!’


목사 보고 교회 다니지 말라더니 이번엔 엄마 보고 다니란다. 나는 기가 막혀서 나도 모르게 허! 하고 육성을 내뱉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옆자리 김대리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나는 자세를 바로 고쳐 앉으며 별일 아니라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너 그렇게 나온 다는 거지? 그럼 나도 지호 못 봐줘. 오늘부터 지호 안 봐줄 거니까 네가 알아서 해.’


이번에도 올 게 왔다. 엄마랑 사소한 다툼을 할 때마다 내가 늘 약자였던 건 4살짜리 아들 지호 때문이었다. 어린이집에서 4시에 끝나는 지호는 내가 올 때까지 친정 엄마가 맡아주고 있었다. 엄마는 걸핏하면 지호를 무기 삼았다. 그렇게 다니기 싫은 교회도 어쩔 수 없이 다녔던 건 지호 때문이었다. 친정엄마가 지호를 안 봐준다고 할까 봐. 사실 지호는 나와 남편이 맞벌이 부부기 때문에 7시 30분까지 법적으로 어린이집에 있어도 상관없다. 다만 아이가 너무 오랜 시간 어린이집에 있는 게 안쓰러워 친정엄마가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내가 더 할 말이 없는 건 4시부터 퇴근 전까지 엄마에게 지호를 맡기면서 돈을 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얼마큼 계산에 넣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여하튼 나는 무급으로 엄마에게 지호를 맡기고 있는 샘이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뭐가 그렇게 틀어졌는지 모르겠다. 이미 물은 쏟아졌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지난 것이다. 나는 나 또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걸 어필해야 했다.


‘맘대로 해. 나도 엄마한테 애 안 맡겨.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저녁까지 지호 맡아달라고 할 테니까 데리러 가지 마!’


너무 화가 나서 마지막 느낌표를 안 넣을 수가 없었다. 문자 메시지에서 느낌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화가 나느냐 받아들이냐의 차이만큼이나 컸으니까. 엄마는 알았다, 는 답장을 끝으로 말이 없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 정말 지호를 안 봐줄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릴 스쳤다. 일단 물을 한잔 마시자. 오후 미팅에 회의자료다 다 만들지 못했는데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말해야 할까. 단순한 문제를 내가 복잡하게 꼬아놓은 것 같았다. 그냥 다음 주부터는 꼭 간다고 할걸.





하는 수없이 언니에게 카톡 메시지를 보내 상황 설명을 마쳤다. 엄마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언니기에 이해가 빨랐다. 대충 말해도 어떤 상태인지 다 알아 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언니가 지호 좀 데리러 가 줄 수 있어? 내가 이따 퇴근하면서 원장님하고 통화하려고. 예정 없이 오늘부터 당장 저녁까지 두긴 좀 그래서…’


‘그러지 모.’


다행히 언니는 오늘 별다른 일정이 없었다. 시간 맞춰서 지호를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다시 엑셀 파일을 열어 문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선은 선이고 검은 건 숫자인데… 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는지 김대리가 물었다.


“오늘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왜 그래?”
“아, 별일 아니야. 그냥 집에 일이 좀 있어서.”
“괜찮은 거야?”


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더 얘기했다간 김대리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하소연하고 싶어 질 게 뻔했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없었다. 손으로는 숫자를 입력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지호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어린 지호가 친구들이 다 가고 없는 어린이집에 덩그러니 남아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급속도로 눈가에 물방울이 맺히고 깜박이면 후드득 떨어질 기세였다. 나는 몰래 티슈를 뽑아 아무렇지 않은 척 눈가를 찍어댔다. 그러면서 콧잔등도 찍어냈다. 번들거리는 기름기를 찍어내듯. 울어야 하는 데 참는 바람에 목이 따끔거렸다. 그냥 알았다고 할걸 내 짜증이 죄 없는 어린 지호에게 튀었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엄마의 마음을 풀어야 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걸핏하면 지호를 걸고넘어지는 엄마에게도 본떼를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오락가락 감정이 널을 뛰었다.





어린이집 원장님께 전화를 걸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정말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미루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곧 언니가 지호를 데리러 갔다가 연락을 해올 것이다. 점심을 짜게 먹어서인지 속이 답답해서인지 자꾸 갈증이 났다. 컵을 들고 정수기에서 물을 한 컵 따라와 자리에 앉았다. 뒤집어 놓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1분 전에 언니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나는 컵을 내려놓고 전화기를 든 채 복도로 나갔다.


“응, 언니 전화했었네?”
“지호, 할머니가 데려갔다는데?”
“뭐?”
“지금 지호 데리러 왔는데 20분 전에 할머니가 데려갔다는 거야. 너 원장님이랑 통화 안 했었어?”
“응… 이따가 퇴근하면서 하려고 안 했어.”
“뭐니, 나 왜 나온 거야.”


언니의 헛걸음엔 대단히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엄마가 지호를 데려갔다는 말에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꾹꾹 참고 언니에겐 미안하다고 말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기분이 좀 누그러지는 것 같더니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애초에 엄마는 지호를 데리러 가지 않을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서둘러 퇴근 준비를 하고 지하철을 탔다. 평소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엄마를 보고 뭐라고 말해야 되나,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 그래야겠지. 볼에 닿는 찬바람이 매섭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그 교회는 참 다니기 싫은데… 엄마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친정에 다다랐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지호야~”
“엄마아~”


나는 바로 무릎을 굽혀 지호를 향해 팔을 벌렸다. 지호는 늘 그렇듯 내 품에 와락 안겼다. 마치 일주일 전에 본 사람인 것처럼 반갑게. 뒤늦게 친정엄마를 살폈다. 엄마는 나와 지호를 보더니 지호가 먹은 밥상을 물리고 있었다.


“소고기 뭇국을 그렇게 잘 먹네. 한 그릇 뚝딱이야.”


멋쩍어진 나는 지호 입가에 묻은 밥풀 하나를 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돌돌 굴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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