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리뷰: 가방에 이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할 것 같다
매번 글 잘 쓰고 잘 팔리는 책을 접할 때마다 무슨 질투심에 사로잡혀서 읽기를 최대한 미루는데 막상 궁금증을 못 이기고 읽어보면 내가 뭐라고 이런 작가를 질투했나 싶을 정도로 책에 푹 빠질 때가 많다. 시기와 질투심으로 읽기를 미뤘다고는 하나 내가 얼마나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을지 알기 때문에 거리를 둔 것일지도 모른다. 정문정 작가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도 그래서 읽기를 미뤘었다.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니는 중학생 조카를 데리러 김포 공항에 갔다가 공항 서점에서 샀다. 나는 공항 서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책을 사고 싶어 하는데 (자주 그러진 못한다) 그 이유가 그 책을 보면 장소나 분위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산 책과 공항 서점이나 휴게소에서 산 것과 같을 리 없으니까.
사실 출퇴근 길 오며 가며 지하철과 버스에서 읽었는데 제목을 좀 가리고 싶었다. 이런 제목의 책을 읽으면 왠지 모르게 저 사람 뭔가 사는 게 굉장히 힘들고 누군가에게 늘 치여 사는 거 아닐까?라는 이미지를 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지는 게 아닐까 라는 쓸데없는 잡념 때문에. (나는 사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은 사람인데) 그러고 보니 이 책에서도 수없이 반복되고 있는,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까를 신경 쓰지 말라는 내용에 나는 왜 책을 읽으면서도 깨닫지 못했는가!
어쨌거나 간만에 너무 담백하고 진짜 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침서를 읽었다. 뭐랄까 이런 책 특유의 고리타분함 없이(아, 나도 그건 아는데 그게 되냐고!가 계속 터지는 책) 실제 적용해 볼 수 있는 사례를 작가가 일일이 나열하며 설명해줘서 이해가 쉬웠고 할 말만 딱 하고 끝내는 쿨한 언니가 생긴 것처럼 든든하기까지 했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이런 상황이라면 실제로 이렇게 말하세요, 가 나와 있는 점인데 예를 들어 이렇다.
“남편에게 아침밥 잘 차려주시나요?” 같은 질문을 받으면
“저는 가정부 되려고 결혼한 건 아니어서요. 그리고 남편도 딱히 아침밥 때문에 저와 결혼한 건 아닐 거예요.” 라고 대답하라던지
“결혼은 언제 할 거니?” “돈은 잘 모으고 있니?” “남편 아침밥은 잘 챙겨주고 있니?”(또!!!) 같은 질문에는
“그 부분은 제가(저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단호하게 말해주라는 것.
농담을 살짝 섞으면 뼈 있는 말이지만 상대방이 그리 기분 나쁘지 않으면서도 내 의사를 전달하게 된다는 부분에서, 시간상 무리한 요구를 하는 클라이언트에게
“당연히 그때까지 가능합니다. 잠은 죽어서 자면 되니까요.” 라고 말하라는 부분에선 육성으로 웃고 말았다. (아 나도 언젠가 꼭 써먹어야지!)
사실 이건 이 책의 장점을 열거하는데 세발의 피다. 무조건 직접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잘 나가는 책을 사면 가장 먼저 제일 뒤에 몇 쇄를 했는지 살펴보는데, 내가 산 책에는 36쇄라고 되어있다. 괜히 잘 팔리는 책이 아니다. (솔직히 좀 부럽고!)
#무례한사람에게웃으며대처하는법 #정문정 #가나출판사
#꼭 지금 안 힘들더라도 이 책은 읽으면 앞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