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리뷰: 화장도 책으로 배우는 내가 찾던 육아독서기
지금 막 책을 덮었다. 너무 좋다는 추천을 읽고 보기 시작했는데… 역시 좋았다. ‘엄마의 독서’라는 타이틀이 조금 약하고 평이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어느 기자가 강력 추천을 날려 읽기 시작했다. 물론 정아은 작가의 소설은 다 읽었던 전적이 있다. 오래 전 알고 지낸 편집자가 한겨례출판에 다녔는데 당시 문학상을 탄 작가가 헤드헌터 출신의 직장인이란 말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나도 직장 다니며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그랬다. 어쨌거나 현실을 꼬집는 내용들이 내 스타일이었고 흥미로웠다. 그런 작가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것도 책에 관한, 그것도 육아에 관한. 안 읽어 보는 게 더 힘든 상황이다.
정아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살면서 거의 대부분을 책으로 배우려는 타입이고 신앙에 가깝게 책을 갈구하기 때문에 읽는 내내 너무 와닿았다. 더욱이 육아에 관한 책들 위주로 나와 있어 나 같은 엄마들에게 그 어떤 책보다 실질적인 도움과 위안이 되는 내용들이었다. 읽는 동안 작가가 언급한 몇 권의 책들을 서점 장바구니에 담았다. 당분간 내 또래 엄마들이 어떤 책을 읽으면 좋냐고 물으면 ‘엄마의 독서’를 권할 예정이다.
필사해서 냉장고에 붙여 놓고 싶을 만큼 좋았던 부분은 제일 마지막 챕터였다. 작가가 정리하는 의미로 본인의 생각을 쓴 부분인데 너무 좋아서 밑줄을 아주 진하게 그어놨다.
“정말 좋은 엄마가 되려면 ‘좋은 엄마’가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세상에 ‘좋은 엄마’는 없다. 30여 년 동안 엄마가 아닌 상태로 살아오고, 그에 따라 자기 고유의 성향과 습속과 역사가 형성돼 있고, 행복과 성과와 명예를 추구하고 싶은 한 인간이 자신의 여러 역할 중 하나로 ‘엄마’를 받아들인 상태가 있을 뿐이다. 엄마가 아이와 맺는 관계는 엄마가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일부분이다. 다른 관계보다 더 가깝고 영향력이 클 뿐이다. 엄마가 자신을 둘러싼 우주와 연계를 끊어버리고 오직 엄마로만 기능하려고 하면, 아이와 우주의 관계도 끊어진다. 성장이란 아이가 주위 어른이 우주와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모방하고 변형시키며 마침내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나가는 과정이다. (중략) 좋은 엄마가 되려면 그냥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내가 좋은 인생을 살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하고, 다른 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면 된다. ‘엄마’가 나의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일뿐, 나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작가도 글 말미에 이렇게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한다. 사회가 설정한 모성의 허상에 말려들지 않도록 아이와 나의 관계를 거대한 연극으로 만들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면서 끝으로 그녀가 14년 육아를 해오면서 발견한 지침 하나를 내놓는다.
“’아이들에게 과잉 친절하지 말자’ 14년 동안 엄마로 살아오면서 아이들과 말할 때면 자동으로 환한 표정과 고음의 목소리, 말끝을 올리며 친절형 종결어미를 붙이는 버릇이 생겼다. (중략) 다른 어른들 대하듯 평이한 말투로 대화하기, 기분이 나쁠 때 괜찮은 척하지 않고 엄마가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해주기, 아이가 궁금해하는 건 웬만하면 다 솔직하게 얘기해주기(엄마 아빠가 얼마를 버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월세가 얼마인지, 관리비로 얼마를 내는지), 아이에게 기분 나쁜 점이 있으면 이런 점 때문에 엄마가 기분 나빴다고 말하기, 나 혼자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 개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드니 너희들도 같이하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요청하기.”
끝으로 에필로그엔 작가의 엄마와의 이야기가 부록처럼 딸려 있다. 그게 또 그렇게 좋다. 이제야 엄마와 친구가 된 것 같다는 작가의 푸근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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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말 말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법한 육아서가 궁금할 때 읽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