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리뷰: 내 얘기 같아서 좋지만 결국 찌질하단 증거
아주 아주 간만에 지하철에서 책 읽다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한마디로 나와 유머 코드가 굉장히 맞는 작가인가 보다. 지난주 점심을 먹고 들어왔는데 직장 동료가 캡처 화면을 보내줘서 보았다. 짤막한 글을 캡처한 거였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을 이따금 한다. 보통 잘 살고 있지 않을 때 한다. 잘 살고 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왜 하필 잘 못 살고 있을 때만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걸까?
온전히 내 기준에서 잘 살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가령 돈을 많이 벌진 못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때. 내 시간을 내가 쓰고 있을 때. 내가 쓴 책을 팔아 책을 샀을 때.
그러다 타인의 기준에 나를 대입해보는 순간 나는 ‘나’와 ‘나의 삶’을 의심하곤 한다. 분명히 나는 나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는 타인의 삶을 엿본다. 타인의 삶의 기준에 기어코 나의 삶을 맞추며 이리 재고 저리 재며 구겨 집어넣어 자신을 괴롭힌다.
그럴 때면, 다시 한번 잘 못 살고 있구나 싶다. 그러니까 비교하지만 않는다면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이고 비교하는 순간 잘 살고 있던 나는 못 살게 된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사흘에 한 번씩 비교한다. 큰 인물은 못 되겠구나 싶다.”
캡처 화면을 보내 준 동료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며 회사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요즘 사는 걸 돌아봤던 터라 순간 그 동료가 쓴 글인 줄 알았는데, ‘찌질한 인간 김경희’라는 책의 일부였다. 동료가 쓴 글인 줄 착각했던 이유는 그날 그와 나누었던 주제와 너무 딱 맞아떨어져서였다. 우린 서로 ‘우리가 찌질한 인간’인가 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더 읽어보고 싶어 졌다. 곧장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찌질 레벨 1부터 4까지로 큰 챕터가 나뉘고 주제당 글은 두 페이지를 넘지 않는 분량으로 시원시원한 글맛과 유머에 금세 사로잡혔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감정이나 일들로 한 편의 글을 완성한 걸 읽으며 나 또한 무수히 많은 글감을 챙기기도 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지수가 높아지는 것이 결국 나도 찌질한 이유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 앞에선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뒤에서 끙끙대는 사람. 사소한 불만은 많은데 게을러서 쉽사리 바뀌지도 않는 사람. 알고 보면 그렇게 힘든 삶도 아닌데 매일 뭐가 그렇게 힘든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그게 김경희=이유미다.
전자책은 손에 잡히는 분량이 없어 읽으면서 계속 목차를 눌러 얼마나 남았는지를 체크했다. 다 읽어 가는 게 아쉬웠기 때문이다. 오늘 출근길 지하철에서 끝을 보고 회사에 도착해 서점 장바구니에 작가의 첫 번째 책 ‘회사가 싫어서’를 담았다. 찌질의 끝을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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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찌질한가, 라는 생각이 한번이라도 들은 사람이라면 읽어보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