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리뷰: 킬러지만 너무 내 이야기
요즘은 장편소설 읽는 재미를 좀 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단편, 장편 둘 다 좋아하지만 한 권을 쭉 읽지 못하고 끊어 읽기를 하는 난 단편을 주로 봤다. 하지만 장편이 주는 매력은 영화를 보는 것 같아 다른 사람은 모르는 재미 하나를 가방에 쏙 넣고 다니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그렇다. 최근에 본 장편소설 이야기를 좀 하겠다. 이사카 고타로의 ‘악스’다.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겨 사두었다가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 다른 책을 찾다가 발견했다. 읽지 않은 새 책을 발견하는 재미란.
킬러의 이야기다. 영화로 만들면, 아니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가 없진 않다. 킬러지만 말이 많다던가, 보디가드가 필요하다던가, 하는 그런 거 있지 않나. 악스에 나오는 킬러 풍뎅이는 꽤 실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아내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킬러 풍뎅이가 늦은 밤 임무(?)를 마치고 귀가해 식사를 해결하는 부분이다. 아니 그와 관련해 동료 킬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아내가 깨지 않도록 소리 내지 않으며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는 무엇일까?
“하지만, 그럼 어떡해? 컵라면이 안 된다면 말이야. 과자도 소리가 날 텐데.” 밀감이 그 우수를 담은 듯한 쌍꺼풀 눈으로 쳐다보았다. “배가 고프면 어떡하냐고.”
“바나나나 주먹밥.” 풍뎅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군, 하고 동업자 두 사람이 감탄했다. “예리한데.” 하면서. 하지만 풍뎅이는 곧바로 “이렇게 생각하는 놈들은 아직 멀었어.” 하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아직 먼 건가?”
“바나나도 그렇고 주먹밥도 소리가 안 나는데.”
“들어 봐. 늦은 밤이라고 해도 가끔은 집사람이 잠을 안 자고 기다려 주는 경우도 있다고. 그래서 저녁밥이나 야식을 만들어 주는 일도 있고.”
“정말?”
“평균적으로 보자면 1년에 세 번 정도는 될 거야.”
“제법 많군.” 밀감은 노골적으로 빈정대는 말투였다.
“그럴 경우 집사람이 손수 해 준 요리를 먹게 되지. 의외로 양이 많기도 하고. 당연히 주먹밥이나 바나나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어.”
“그런 경우도 있겠는걸.”
“알겠나, 편의점 주먹밥은 유통 기한이 짧아. 다음 날 아침이면 끝이야. 바나나도 의외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없어.”
“그렇다면?”
“최종적인 귀착점은.”
“소시지야. 어육 소시지. 그건 소리도 나지 않고 오래가기도 해. 배도 불러. 최고의 선택이지.”
나는 출근길 편의점에서 천하장사 빅 사이즈를 자주 산다. 오늘도 샀다. 2+1이라고 해서 3개나 샀다. 정말 풍뎅이 말처럼 소리 없이 제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식사다. 든든하다. 맛도 좋다. 점심시간까지 거뜬히 참을 수 있다.
무서운 킬러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내다. 그가 킬러인 줄 모르는 아내다. 하지만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안다.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OOO싶은 거란 걸.
#악스 #이사카고타로 #알에이치코리아
#킥킥대다가 긴장되다가 훈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