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다시 만난 카피 11
세상에는 숨은 고수들이 참 많다. 내가 말하는 고수는 툭툭 던지는(쓰는) 글이나 말에서 명문이 나오는 사람들이다. 특히 유튜브 댓글에 고수들이 많이 밀집한 걸로 아는데 내가 유튜브를 특히 댓글은 거의 안 보는 편이라 잘 모르겠는데 인스타그램에 숨은 고수는 좀 안다. 그런 고수의 문장을 접할 때마다 저장하거나 캡처를 해서 두고두고 본다. 최근에 책과 관련한 멋진 표현을 봤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인데, 뭔지 아시는지? ‘책을 산책시키는 사람’이란다. 책방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책에 밑줄을 그어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도서관은 강연 때 아니고는 잘 안 가 이 표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글쓴이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자세히 써 놨다. 내용인 즉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을 지적허영이니, 허세니 하며 뭐라 하지만 사실 그들이 출판계의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라는 것. 왜냐하면 도서 대출 데이터가 이듬해 국가지원금과 연결되는데 대출 이력이 없으면 그만큼 국가지원금이 적어지거나 아예 끊길 수도 있단다.
어떤 이는 도서관에 보고 싶은 그림책을 희망도서로 신청해 놓고 들어왔다기에 도서관에 갔다. 반가운 책을 받아 들고 그림책이니 도서관에서 보고 가겠다고 하자 사서가 일단 대출해서 나가실 때 반납하면 안 되겠냐고 했단다. 위와 같은 이유다. 데이터를 남기기 위해서. 대출이 0인 책은 폐기가 된다니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책 산책 어떠실지?
비슷한 예로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서점에 들러 책을 사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작가 입장에서도 그저 감사한 분이다. 특히 매년 열리는 도서전에 가려고 티켓을 끊고 도서전에서 출판사 부스마다 들러 책을 잔뜩 사고 인스타그램에 사진 찍어서 ‘도서전에 간 나’ 정도만 써서 올리는 분들도 있다. 없어선 안 될 귀한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