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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Jul 01. 2016

체형 커버형 원피스

짬나서 쓰는 글

일주일 전쯤 주문한 원피스가 도착했다.
꽤 오랜 시간 살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산 원피스라 어떨지가 꽤나 궁금했다.
회사로 택배를 받고 퇴근 후 집에 가자마자 입어봤다.
예상했던 핏과 실루엣. 맘에 들었다.


나오는 건 배뿐인 요즘 뱃살을 어떻게든 커버하기 위해
원피스를 고르고 또 골랐다.
최대한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걸로, 그러니까 체형 커버가 되는 걸로.
다행히 좀 박시한 스타일의 원피스가 유행이라 선택의 폭은 좁았지만
그 안에서 이것저것 고려하며 고르다 보니
4, 5만 원짜리 원피스 하나 고르는데 두 달은 걸린 것 같다.


그간 자꾸 이렇게 몸에 옷을 맞춰서는 안된다.
품이 넉넉한 옷은 아예 사질 말아야 한다.
옷을 사기보다 다이어트를 하자, 등등
내가 봐도 질릴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고른 원피스니 당연히 맘에 들어야 했다.
바로 어제,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출근했다.
패턴이 들어간 원피스다보니 과감한 느낌이었고
누가 봐도 저 사람 옷 샀네, 샀어할 만큼 낯선 분위기였다.  


출근하자마자 내 원피스를 알아본 동료가
원피스가 예쁘다고 했다.
쑥스럽지만 기분 좋았다.
그 동료와 커피를 마시는데 다른 동료가 와서
옷이 예쁘다고, 입에 발린 말이라도 해줘서 기분이 또 좋았다.


잠시 후, 담배를 태우고 지나가던 다른 동료가 또 내 옷이 예쁘다면서
와이프 사줘야겠다고 어디서 샀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또 다른 동료들도 좀 튀는 듯한
내 원피스를 보며 칭찬을 해주었다.
그 동료에겐 어디서 샀는지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고민 고민해서 산 원피스인데 이렇게 호응이 좋다니.
비록 나는 예쁜 디자인을 떠나서 그저 불룩 나온 뱃살을 커버하고자
펑퍼짐한 옷을 산 것뿐이었으니, 덤처럼 따라온 칭찬에
당연히 기분 좋을 수밖에.


새로 산 이 원피스를 결제하고 남편에게 이실직고하기 위해
메신저로 링크를 날리며 이걸 샀다고 했더니,
남편은 대뜸
"자꾸 이렇게 편한 옷만 사야겠냐"며 진심 짜증을 냈다.
너의 애를 낳아서 내가 이렇게 되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싸우자, 밖에 되지 않으니 꾹 참았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 달라고 애교스러운 말까지 남기며.


살을 빼긴 빼야 한다.
최근 효과 인증된 또 다른 다이어트 법을 전해 들었다.
실제로 동료가 성공한 다이어트라 어딘지 모르게 신뢰가 간다.
조만간 시도해볼 예정이다.


턱살도 없고 뱃살도 없었던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뭘 입어도 테가 다르던 그때로.
아무렇게나 입어도 예쁘다고 했던 그때로.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나이 드는구나, 가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시간의 불가항력을 이길순 없으니
체형 커버가 답인 건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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