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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 Sep 08. 2023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삽니다

효율적 미식생활 첫번째, 방어회와 화이트 와인


가을이 다가오면 겨울이 생각나고 겨울이 생각나면 기름 잘 오른 방어가 생각난다. 좋아하는 블로거가 가을의 미각은 밤이라고 했는데 아직 밤으로 만든 놀랄만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지 못해서일지, 가을하면 생각나는 음식이 통 없는 탓이다. 이렇게 쓰면 가을엔 입맛이 없는 사람 같지만 가을에도 참 잘 먹고 다닌다. 특히 작년과 올해에는 좋은 동네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거의 대관 수준으로 동네 식당을 돌아다니고 있다.


다시 돌아오면, 나에게 초겨울부터 한겨울까지 내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방어이다. 일주일에 세번 먹어서 물린다고 괴로워하다가도 일주일만 지나면 다시 윤기가 좔좔 도는 그 하얗고 빨간 회가 어찌나 생각나는지 방어로 돌아가는 나의 입맛이 마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와 같은데 시국을 생각하면 올해 겨울에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이 매우 좋지 않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술을 곁들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방어에도 맥주, 소주, 사케, 위스키를 매치해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훔친 것이 무어냐하면 바로 화이트 와인 되시겠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고 특히 좋은 술에도 관심 있는 지인들이 많아 나는 그저 감사합니다를 염불처럼 외며 이런 저런 모임과 식사 자리에 따라다니곤 하는데, 방어와 화이트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초대해준 것 역시 이 지인 중 한 명이다.


이 지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영화제에서 만나 함께 노다니다가 로컬 기반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메일링 서비스까지 만들었던 부부인데, 감사하게도 맛있는 와인을 알려주고 함께 마셔주고 종종 집으로도 초대해주어 언제가부터 매년 겨울엔 이 부부와 함께 와인을 곁들인 방어를 먹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빨갛고 예쁘게 기름 오른 방어는 사진만 봐도 입맛이 돈다. 심지어 이 날은 방어와 먹을 수 있도록 성게알과 김, 감태, 그리고 각종 야채를 곁들였다.



마실 것으로는 뉴질랜드 쇼비뇽 블랑인 화이트헤븐, 마릴린 먼로의 샴페인으로도 유명한 샴페인 파이퍼하이직 뀌베 브뤼을 준비. 적당히 산미가 있는 와인이 해산물과 궁합이 좋고, 샴페인의 버블이 입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어 방어회와도 무척 궁합이 좋았다.



와인을 따라놓고, 향을 느낀 뒤 한 모금 입에 머금었을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 특히 이 잔에 따라놓았을 때의 빛깔도 너무나 아름답다.


푸릇한 감태에 큼지막한 방어, 기호에 따라 쌈장이나 와사비를 약간 올리고 시원한 무순을 올려 한 입 먹는다. 풋풋한 감태의 맛 다음으로 눅진하고 기름진 방어의 맛이 훅 다가온 다음 소스와 무순이 기름진 맛을 잡아주고 무순이 상큼하게 뒤를 마무리한다. 그런 다음 화이트 와인이나 샴페인으로 목을 축여주면 적당한 산미, 화사한 맛이 입 안에 감돈다!



음식과 술의 마리아주는 늘 사랑하지만, 겨울의 방어와 화이트 와인이 주는 감각은 너무나 특별하고 향기롭다. 방어는 소주나 사케, 청하와 먹어도 좋지만 밸런스 좋고 산미 있는 화이트와 마셨을 때의 궁합이 참 좋다는 느낌.


원래 해산물을 좋아하는 터라 파이퍼하이직도 좋아하는데, 지난 번 GS25에서 네이버페이 페이백으로 6만원대 행사 했을 때 왜 두 병 사지 않고 한 병만 샀는지, 이 글을 쓰면서 지금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다.



기름진 음식, 회, 술을 마셨으면 그 다음엔 매콤한 음식을 먹어줘야하는 것이 아닐까? 뚜껑 따서 마시는 아사히 수퍼드라이가 한국에 들어오기도 전에 일본에서 사왔던 지인 부부 덕분에 4월부터 아사히에 컵라면을 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라면을 먹었으면 이제 후식을 먹어야 겠지. 초대 받은 집에 빈 손으로 갈 순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 주 제주도 출장 중에 들린 카페에서 슈톨렌을 사갔다. 제주도에 동광이라는 디저트샵을 좋아하는데, 이 날 들린 카페에서 동광과 함께 슈톨렌을 준비했다고 하고 맛이나 컨셉도 백록담으로 특이해서 사봤다. 맛도 괜찮았고, 슈톨렌에는 로제 봉봉을 곁들임.


분명 점심 먹으러 갔지만 집에 가면 저녁이고 밤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던 즐겁고 향기롭고, 포만감 있는 하루였다.



※. 같은 글을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arundia)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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