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부산광역시 책방

by 김민우

어렸을 때, 그러니깐 정확하게 7살 즈음 무렵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늘 센텀시티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으로 날 데리고 가셨다. 그곳에서 판매를 위해 설계된 에스컬레이터를 빙빙 돌아타면 지금은 옷가게가 위치해있는, 교보문고가 나왔다. 직진해서 들어가면 유아를 위한 자리가 있었고 그곳에서 아버지는 책을 읽으라고 하신 뒤 다른 책들을 둘러보러 가셨다. 난 늘 제로니모의 환상모험이란 책을 읽었다. 제로니모라는 작은 생쥐가 펼치는 모험극이 퍽 흥미로웠던 것이다. 난 그 제로니모의 환상적인 팬이었고 갈 때마다 신간을 샀었다. 성인이 되어서 아직도 신간이 나오는 그 제로니모 시리즈를 보면 자뭇 괴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 교보문고는 한 층 더위에 있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에 사라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 신세계 몰이 건설되고 지하에 한 서점이 들어왔지만 그 서점은 코로나 때의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난 가게의 임대 딱지와 백화점의 공사판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중고등학교때는 롯데 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있는 교보문고를 갔다. 다행히 교보문고는 바로 옆 건물로 옮겼는데, 돈이 없어 작은 문학책을 사서 읽었고 돈이 생기면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에서 책을 고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서점은 무언가 심심했다. 다양한 책이 있고 책을 즐길 수 있었지만 어딘가 심심했다. 그 심심함을 채울 수 있었던 건 우리 동네의 책방이었다.


책방은 온천천 근처, 한 주택의 2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로 술과 음악과 관련된 서적들을 큐레이팅하는 곳이었다. 책은 사야지만 그곳에서 앉아 읽을 수 있었다야 난 그곳에서 다양하고 넓은 종류, 그리고 일반 서점에서 보기 힘든 책들을 보면서 희열감을 느꼈다. 난 그곳에서 책을 몇 권 구입했다.


그 이후 동네 책방을 가끔씩 찾아보는 게 소소한 일거리가 되었다. 특히 독립출판을 준비할 때는 더욱 그랬다. 다만, 마음에 드는 책방은 지금까지 두 군데 밖에 못 찾았지만.


책방에 들어가면 조심히 구두걸음 소리를 낸다. 책 하나하나를 보며 어떤 책이 나에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가 열심히 찾는다. 책방만의 매력이 있다면 역시 무심코 지나쳐가는 책의 노래라 할 수 있겠다. 그 노래는 '나를 사고 내 글자 하나하나를 탐닉해줘!'라는 가사여서 지나칠 수가 없다. 그렇게 충동구매한 책들이 몇 권 있다. 그래서 책방에 갈 때면 절제심이 요구된다.


중학교 동창들을 만나면 다들 나를 책을 많이 읽던 아이로 기억한다. 낭만적으로 말을 하자면, 난 책들의 노랫소리를 들었을 뿐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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