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꽃'이라 부르기엔
너의 이름이 궁금해

"야"라는 무심함 대신, 이름을 불러주는 법

by 보보농

비가 내리고 나면 흙 위로 새싹들이 고개를 내민다. 겨울잠에서 깬 꽃망울들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는 봄.

다섯 살 아이는 길가에 핀 꽃들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엄마, 저 꽃 이름은 뭐야? 황매화랑 닮았는데 조금 달라."


아이는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본다.

아직은 투박한 손길로 보송보송한 솜털이 난 잎사귀를 만져보고, 코를 가까이 대어 향기도 맡는다.





그리고는 다시 묻는다.

이 작은 생명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이는 그냥 '꽃'이라고 뭉뚱그려 부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아직 한글도 못 읽으면서 정원에는 꼭 이름표를 꽂아두고 싶어 하고, 꽃집에 가서도 사장님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묻는다. 그러고는 다음에 그 꽃을 다시 만났을 때, 잊지 않고 반갑게 이름을 불러준다.




"안녕, 조팝나무야!"

"안녕, 제비꽃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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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누군가를 ‘야’라고 부르는 것을 참 싫어한다.

무례함에 대한 거부감 이전에, 그 존재가 가진 고유한 세계를 단 한 글자로 지워버리는 무심함이 서글펐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늘 알려주었다.




나의 그 마음이 아이에게도 닿은 걸까?

이제 아이는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잡초조차 ‘이름 없는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존재의 이름을 궁금해하고 불러주고 싶어 하며 기억하려 애쓴다.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아이 덕분에 엄마인 나는 늘 바쁘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 렌즈를 켜고는 화면 속에서 이름을 찾아내어 이름을 확인하고 그 꽃이 가진 특징을 읽어본다.




그리고는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꽃의 이름을 나직이 읊조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는 건 상대를 내 마음속 정원에 기꺼이 들여놓는 일이지 않을까?

오늘 우리가 불러준 이름 덕분에 길가에 핀 꽃은 이제 우리의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



아이는 오늘도 꽃에게 묻는다.

"너의 이름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