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열린
할머니의 찌짐이 대잔치

얘야, 고구마 찌짐이 먹을래?

by 여미마미 람람


늦은 밤, 핫플레이스 성수의 화려한 불빛들은 여전히 반짝반짝 꺼지지 않고, 신나는 발걸음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어요.

하지만 그 반대편, 한강을 따라 조용히 자리한 성수의 또 다른 모습은 전혀 달라요. 한강 변에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집들은 고요한 밤의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잠들 준비를 하고 있죠.


그 집들 중 하나, 아기 곰웅이의 집도 마찬가지였어요.

작지만 포근한 방 안에서, 곰웅이는 침대에 누워 달빛과 별빛이 방 안으로 살며시 스며드는 것을 느꼈죠. 창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사르르 방안을 어루만지듯 채우고 있었고, 곰웅이는 엄마와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곰웅이는 엄마의 따뜻한 손을 꼭 잡고, 말했어요.

“엄마, 오늘은 할머니 이야기 들려주세요.”

엄마는 곰웅이의 손을 살짝 쥐어주고는 조용히 대답했어요.

“그래, 좋아. 이야기 시작해 볼까?”


엄마의 이야기는 언제나 곰웅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죠.


“어릴 때, 엄마는 할머니 집에 가는 걸 참 좋아했어. 그날도 엄마는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 ‘할머니, 할머니 집에 놀러 가도 돼요?’ 할머니는 반갑게 웃으며, ‘얘야, 놀러 오렴~’이라고 하셨어. 그래서 엄마는 자전거를 타고 싱글벙글 신나게 달려갔단다. 할머니 집에 가는 길은 들꽃이 가득 핀 좁고 예쁜 길이라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정말 좋았거든. 그래서 엄마는 자주 자전거를 타고 할머니 집에 갔어.”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곰웅이는 할머니 집이 어떤 곳인지 상상해 보았어요.



들꽃이 살랑살랑 피어있는 길, 그리고 그 길 끝에 있는 따뜻한 할머니의 집.



엄마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어요.

“할머니 집에 도착하니, 할머니는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엄마를 기다리고 계셨어. 엄마는 자전거를 세워두고 쌩쌩 한달음에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갔지. 그런데 거실에 할머니가 안 계신 거야. 보통 거실에서 나물을 다듬거나 집을 청소하고 계실 텐데 말이지.”



곰웅이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어요. “할머니는 어디 있어요?”

엄마는 웃으며 대답했어요. “그때 고소한 기름 냄새가 솔솔 코끝을 간지럽히더니,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들렸어. 할머니는 부엌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 찌짐이를 만들고 계셨던 거야!”



곰웅이는 부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고구마 찌짐? 웅이도 고구마 찌짐이 좋아하는데!”

엄마는 곰웅이에게 웃으며 대답했죠.

“그랬구나! 그럼 우리 웅이도 할머니한테 고구마 찌짐이 해달라고 해야겠네.”

곰웅이는 신이 나서 대답하고는 엄마와 손을 꼭 잡고 꿈나라로 쏙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곰웅이는 며칠 동안 찌짐이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찌짐이~ 찌짐이~ 얘야, 찌짐이 먹을래?”



그리고 엄마의 어린 시절처럼, 곰웅이도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할머니, 웅이 할머니 집에 가요. 고구마 찌짐이 해주세요~”

할머니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웅아, 오기만 오렴~ 뭔들 못해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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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엄마와 곰웅이는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놀러 가기로 했어요. 드디어 주말이 되었고, 엄마와 곰웅이는 경북 상주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으로 떠났어요.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그곳은, 산자락 아래 넓은 마당이 있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집이죠.



곰웅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중나온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달려갔어요. “할아버지이~ 할머니이~” 하며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가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곰웅이를 맞이하셨어요.



할머니는 곰웅이의 찌짐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각종 찌짐이를 준비하셨답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호박 찌짐이,

가지 찌짐이,

단호박 찌짐이,

부추 찌짐이,

깻잎 찌짐이…

노릇노릇, 모두 맛있어 보였어요.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죠.
곰웅이가 가장 기대하던 고구마 찌짐이가 없는 거예요.





할머니는 깜짝 놀라며 할아버지에게 마당 창고에서 고구마를 얼른 꺼내와 달라고 부탁하셨죠.

곰웅이도 할아버지를 따라 창고로 걸어갔어요. 마당 창고에는 ‘고구마’라고 쓰인 커다란 박스가 있었어요. 박스 위의 신문지를 살짝 걷어내니, 작년에 수확한 고구마들이 예쁘게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곰웅이는 파란 바구니에 고구마를 하나, 둘, 셋 담으며 조심스레 옮겼어요.



“영차, 영차!”

힘을 주어 바구니를 들고, 할아버지와 함께 마당에 있는 수도로 가서 고구마를 깨끗이 박박 씻었어요. 고구마의 자줏빛 껍질이 참 예쁘더라고요.

“할머니~ 고구마 다 씻었어요!”

곰웅이가 힘차게 외치자,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우리 웅이 정말 잘했구나!”



할머니는 고구마 껍질을 샥-샥- 벗겨내고, 예쁘게 통통통 썰었어요. 옆에서 곰웅이는 고구마에 튀김옷을 조물조물 묻혔죠.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어요.

곰웅이가 튀김옷을 입힌 고구마를 할아버지께 드리면, 할아버지는 그 고구마를 보글보글 끓는 기름에 풍-덩 넣으셨어요. 기름 속에서 고구마는 노릇노릇하게 변해갔고, 집 안 가득 고소한 냄새가 퍼져나갔어요.



보글보글, 자글자글



고구마 찌짐이가 익어가는 소리는 정말 즐거웠어요. 곰웅이는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부엌 바닥에 앉아 행복한 표정으로 기다렸어요. 조금의 기다림 끝에, 채반에 가득 담긴 노릇노릇한 고구마 찌짐이가 완성되었답니다.

곰웅이는 포크로 고구마 찌짐이를 콕 찍어 호-호- 불어가며 한 입 먹었어요.

“음~ 정말 맛있다아”

곰웅이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보였어요.



3대가 함께 모여 앉아 펼치는 찌짐이 파티는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사랑이 넘쳐났답니다.



곰웅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맛있는 찌짐이를 먹고는 행복한 마음으로 말했어요.

“고구마 찌짐이가 웅이는 제일 좋아요.”

아마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만든 찌짐이라서 더욱 맛있었나 봐요.


그날 밤, 곰웅이는 포근한 이불속에서 엄마와 함께 누워 조용히 잠들었어요. 꿈속에서 곰웅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다시 한번 고구마 찌짐이를 만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달빛과 별빛 아래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리고 곰웅이는 이렇게 다짐했어요.



다음에 또 할머니 집에서 찌짐이 파티 해야지!




이렇게 찌짐이는 곰웅이에게 행복하고 맛있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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