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한 시골에서의 첫 여름 방학
2022년 따스한 봄날, 어느 마을에 곰처럼 다부진 체구에 용감한 아기 곰, 웅이가 태어났어요.
곰웅이의 이름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죠. ‘능할 능(能)’ 자와 곰의 빛나는 털을 상징하는 ‘불화(熊)’가 더해져 만들어진 ‘웅(熊)’이라는 이름은 인내심과 끈기, 그리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힘을 상징해요. 이 이름의 한자는 할아버지가 정성스럽게 골라주셨어요.
곰웅이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코로나로 인해 직계 가족 외에는 누구도 웅이를 만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곰웅이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웅이를 100일이 지나서야 직접 볼 수 있었답니다.
곰웅이가 조금 더 자라고 나서도 부모님 댁에 가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웅이가 차를 타고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을 힘들어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찌짐이 덕분에 곰웅이네 가족에게 뜻깊은 시골 나들이 계획이 생기게 되었어요. 곰웅이만큼이나 할아버지도 이 소식을 듣고는 무척 설레고 기대하셨답니다. 곰웅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하시며, 함께 갈 곳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두셨죠.
아버지의 계획에는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들이 가득했어요.
첫째 날, 곰웅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시골집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할아버지와 함께 닭에게 모이를 주며 갓 낳은 달걀을 조심조심 꺼내 보았답니다. 뜨거운 햇살에 달궈진 밭에 물을 뿌려 시원하게 식혀주기도 하고, 싱싱한 가지와 빨간 고추를 따보는 재미도 느꼈죠.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을 꼭 잡고 동네 가게들을 구석구석 다니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씩씩하게 인사했어요. 마을 사람들도 곰웅이를 너무 예뻐하셨다고 해요.
그날 저녁, 할아버지는 곰웅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과 피규어를 가득 선물로 안겨주셨어요.
집에 돌아와서는 신나게 공놀이도 함께했어요.
곰웅이에게는 그곳이 그 어떤 키즈카페보다도 신나는 곳이었어요.
할아버지와 함께 노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했을 거예요.
둘째 날, 곰웅이는 해가 뜨자마자 동그란 눈을 번쩍 뜨고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 호다닥 계단을 내려갔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어디 있어요?” 외치며 집안을 누비기 시작했죠.
1층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소풍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어요.
할머니는 곰웅이가 좋아하는 주먹밥과 유부초밥을,
그리고 새콤달콤한 과일을 도시락 통에 차곡차곡 담고 계셨답니다.
할아버지는 창고에서 돗자리며 의자며 작은 바구니까지 찾아 마당에 꺼내두고 계셨죠.
곰웅이도 신나서 작은 공룡 가방에 이것저것 챙기며 “이거 가져갈까요? 가져가도 돼요?”라고 물으며 소풍을 준비했어요.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갑장산 계곡으로 떠났습니다.
계곡에 도착하자 곰웅이는 할아버지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려 놀기 좋은 곳을 찾아다녔어요.
곰웅이는 엄마, 아빠의 품을 좋아하지만, 할아버지의 어깨도 참 든든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 모습을 보며 얼마 전 SNS에서 본
“나의 젊음이 너에게로 흘러가, 너가 젊어지고 너는 그 젊음을 더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그 문장이 제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지는 것 같았죠.
계곡의 차가운 물에 발끝을 살짝 담가보고, 손으로 투명한 물속을 만져보며 곰웅이는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어요. 할아버지는 곰웅이의 손을 꼭 잡고 계곡을 천천히 걸으며,
물속에 반짝이는 예쁜 돌을 하나 주워 건네주셨어요. 곰웅이는 그 돌을 꼭 쥐고 활짝 웃었답니다.
그러다 곰웅이가 보고 싶어 했던 개구리를 발견한 할아버지는 손을 쏙 내밀어 개구리를 잡아 보여주셨어요. 비록 청개구리는 아니었지만, 참개구리와의 만남도 충분히 신나는 경험이었죠.
개구리를 다시 계곡물에 놓아주며 곰웅이는 우렁차게 “잘 가, 개구리야!”라고 인사했어요.
물장구를 치며 첨벙첨벙 즐겁게 놀다가 할머니가 만들어 온 주먹밥을 열심히 먹는 곰웅이의 모습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오물오물 먹는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죠.
계곡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와 매미의 노래를 들으며 보내는 시간은 곰웅이에게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답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곰웅이는 생태 공원에 가서 낙동강에 사는 물고기들과 하천의 동물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차 안으로 우연히 들어온 매미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죠.
매미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그토록 보고 싶었던 매미와의 만남을 기뻐했어요.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은
곰웅이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어요.
평소에는 낯선 환경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집을 그리워하던 곰웅이가 이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집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만큼 특별하고 행복했던 거죠.
그러나 결국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고, 곰웅이는 차에 타기 싫어하며 할아버지에게 꼭 안겼어요.
“할아버지, 같이 가자.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아빠랑 엄마랑 봉순이랑 다 같이 가자”라고 울먹이며 말했죠.
할아버지는 곰웅이를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으셨어요.
“할아부지! 웅이가 또 올게! 엄마랑 아빠랑 올게!”
차에 마지막 짐을 싣고, 떠나려는 순간, 곰웅이는 할아버지에게 크게 외쳤어요.
할아버지는 웅이를 지그시 바라보며, 그 말에 깊이 공감하듯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차에 앉아 헤어지며 다음 만남을 약속하는 곰웅이와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저도 참 먹먹해졌답니다.
어느새 슈퍼맨 같았던 아빠와 엄마는 치열한 하루하루를 견뎌낸 오랜 일터를 지나,
하얗게 센 머리카락과 함께 조금은 여유롭지만 늘어난 영양제와 약봉지 속에서 살아가고 계셨어요.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가족인 사위와 손주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를 기대하고 즐기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었네요.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고, 늘 감사한 부모님을 바라보며, 저도 마음속 깊이 외쳤어요.
“아빠, 엄마, 자주 올게요. 우리 매일매일 행복하고 건강해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