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갈 곳, 수영장

집을 sweet home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수영

by 맛있는 하루


어딘가 갈 곳, 수영장



수영장에 다녀오면 기분이 좋다.


왜일까. 머리도 개털이 되어가고, 몸은 점점 건조해지고, 손톱 발톱은 자꾸만 깨져가는데.


물론 복근도 조금 생기는 것 같고. 척추기립근도 손으로 만지면 속근육이 어딘가에 붙은 것도 같고. 저질체력도 조금 올라오기는 한 것 같지만.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수영을 하고 오면 기분이 풀린다. 어쩌면 수영으로 풀릴만큼의 짜증거리였을수도 있다.


수영을 하고 와도 마음의 화가 가라앉이 않는 날에는 젖은 수영복을 말리며 내일의 수영을 기다리게 된다. 내일 수영하고 오면 오늘보다는 마음에 평온을 찾을거라며 혼자 토닥인다.






수영을 다녀온지 5분도 안되어 내일의 수영이 기다려진다. 왜일까.



Y님은 아침 저녁으로 요가, 수영, 헬스를 매일 하고 있다고 했다. 운동은 정말 좋아서 하는 거예요? 내 질문에 Y님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중략) 운동을 하기 전엔 몸도 안 좋고 무기력했는데 지금은 다 떨쳐냈어요. (중략)

그래서 더 열심히 하시는 거네요, 좋아졌으니까. (중략) 근데 그것뿐만은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에 저도 제가 왜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나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수영장에서 만난 언니한테 물어봤어요. 언니는 왜 운동을 하느냐고. 언니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여기가 내가 갈 곳이니까. 수영장이 갈 곳이 되어주어서 수영을 한다고요. 그 얘길 듣고, 아, 나도 그렇구나, 하고 알게 됐어요. 그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내가 갈 곳. 집에서 나와 같 곳이요. (중략)

나와 집의 관계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집에만 고여 있는 건 못하는 사랆이었다. 집과 다른 곳을 오고 가며 살아야 집에서의 생활에도 에너지가 붙었다. 나와 집 사이의 건강함은 매순간 붙어 지내는 데에서 오지 않고, 수시로 붙고 떨어지는 유연함에서 오기 때문일 거였다. 마치 건강한 인간관계에서처럼. 하나의 관계에서 모든 걸 구할 수 없든, 하나의 장소에서 모든 걸 구할 수 없기에. (중략)

집이 홈 스위트 홈이 되려면 잠시라도 집에서 떨어진 시간이 필요한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공원 한 바퀴를 돌았다.

출처: p.224~ p.228, '어딘가 갈 곳', 황보름, <단순 생활자>



황보름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깨달았다. 수영장이 갈 곳이 되어주어서 수영을 하는 거였구나.


집순이로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집 밖에 나와 얼른 집에 가야지. 집으로 들어서며 역시 집이 좋구나를 느끼려면 일단 집 밖을 나갔다와야 하는 거였구나.






2025년 6월 수영 기록을 살펴봤다.


6월 : 28일 출석


아니? 개근이닷~!!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일요일 휴관일을 제외하고 개근했다. 학창 시절 개근상 받았을 때는 암시롱도 안했는데. 개근상도 안주는 수영장 개근이 뭐라고 이리도 뿌듯할까.


잠시라도 집에서 나와 갈 곳이 되어준 수영장. 개근 도장을 보며 마음에 평온 도장을 찍은 것 같다.


집 밖에서 홀로 있을 수 있는 물 속이 참으로 좋다.

7월에도, 8월에도 물 속 개근 도장 찍어야지.


물 속을 가르고 현관 문을 열며 나의 집을 스위트 홈으로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