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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Dec 30. 2019

일상 작가의 마무리

브런치X노들서가 일상 작가로 보낸 3개월


브런치X노들서가 일상 작가로 3개월을 보냈다. 노들 서가에 있는 집필실을 오가며 많은 작가님들을 만났다. 지금까지 글을 쓴다는 사람 중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표본이 턱없이 부족한 편협한 결론일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글을 쓰는 사람 중 나쁜 사람은 없다, 고 이번에도 느꼈다. 



집필실을 이용하며 꽤 열심히 글을 썼다. 정말 책 한 권이 나올만한 분량을 썼다. 무엇보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소모임인 <일기로 에세이 쓰기>를 무사히 마쳐서 기뻤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일상을 얘기하고 한 자리에서 글을 쓰고 그 글을 다시 나누는 시간은 무척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 날 나와 함께 해주신 분들은 나에게 질문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에 대한 대답이 어떤 방향으로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91219 일기로 에세이 쓰기 소모임



나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그분들을 응원하며 함께 글을 쓰기 위해 모임을 진행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가 그분들에게 힘을 얻고 응원을 받았다. 내가 처음 글을 쓰고 독립출판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즈음의 표정과 눈빛이 그분들에게서도 보였다. 나도 그런 좋은 표정으로 쓴 글이었다면 충분하구나, 후회하지 말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은 앞으로 써나갈 글에 부려야지, 하고. 



중간에 초록색이 나의 서랍이다
작가들의 글 세전
일반 시민분들이 남겨주신 메시지



노들 서가의 집필실을 이용하면 한 달에 한 편의 글 세를 내야 한다. 그렇게 작가들에게 걷은 글 세는 노들 서가 한편에 전시된다. 서랍을 열면 스륵 글이 나온다. 그리고 작가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서랍도 있다. 처음 서랍에 남겨진 메시지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누군가 내 글에 호응했다는 것이, 서랍을 열고 펜을 들어 종이에 글자를 끄적일 정도의 어떤 감흥을 받았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이 서랍의 위에는 작가가 시민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적는 서랍도 있지만 나는 그에 대해 무언가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누군가가 내 서랍에 글을 남길 거라고 생각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많은 글들 중 하나로 그저 스치듯 지나치는 서랍 중 하나일 거라고 못난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이 메시지들이 더욱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노들 서가 매니저님들이 주신 상장



3개월의 집필실 생활이 끝나고 일상 작가에서 그냥 가끔 작가일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돌아온다. 못내 서운한데 작가들의 마지막 모임에서 매니저님들이 상장을 만들어 주셨다. ㅎㅎㅎ 상장 수여식이 있을 거라는 말에 어리둥절했는데 이런 상일 줄이야. 다른 작가님들의 상도 하나같이 기상천외하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좋아요, 라는 말이 들어있어서 나도 좋았다. 



집필실 퇴근길 풍경



날씨가 추워지면서 익숙해진 퇴근길 풍경. 10월 달에는 그래도 집에 가는 길에 색채가 만개했었는데 12월에는 온통 무채색의 하늘이다. 강바람은 차고, 건너야 하는 다리는 길지만 그 길이 힘들지는 않았다. 사람은 항상 뒤늦게 깨닫는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못난 인류 중 하나였다. 뒤늦게 지나가버린 3개월의 시간이, 일상 작가로 지냈던 시간이 끝나는 게 아쉬웠다. 좀 더 길었다면 좋았을 걸. 6개월 정도면 소설이라도 한 편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택도 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해본다. 아무튼 노들 서가 매니저님들 고생하셨습니다. 작가님들도 언제고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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