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_나만 창피한 거 아니죠?
J와 나는 대부분 별 의미 없는 잡담을 많이 한다. 해놓고 나중에는 전혀 생각나지 않을 그런 말들. 드립(개드립의 드립이다)이라고도 하는 그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실컷 웃곤 해서 좋다. 그날도 그런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정확히 어쩌다가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흘러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참새가 날아들어 내 가슴에 퍽 박치기를 하고 꽥, 죽는다는
정신 차려보니 앞뒤 없이 결론만 무시무시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여자의 자존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나는 발끈해서 외쳤다.
“아니야! 참새가 날아오면 두웅~ 하고 튕겨서 다시 날아간다고!”
“…두웅? 크크큭… 크흣… 파하하!”
J가 푸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때도 나는 내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느라 연신 심각하게 가슴 쪽으로 파도치는 손짓을 하며 ‘두웅!’을 외쳤다. 나의 가슴 쿠션에서 참새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저 먼 하늘로 날아갈 것이리라. 하는 양 비장하게.
“두웅, 이래. 푸하핳. 아, 알았어. 맞어. 두웅! 이러지.”
“…씨이.”
그런 내 비장한 노력이 J에게 웃음보를 선사했다. 아니, 난 심각한데. 나 진지하다고. 야 이 자식아. 약이 올라 웃느라 정신없는 J의 목을 잡아 짤짤 흔들었다.
***
집에 돌아와 이불 위에 누운 채 잠들기 직전, J와의 일이 떠올랐다. 두웅! 하며 손짓하는 나와 푸하핳, 웃어대는 그.
“하하핳.”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뒤늦게 터진 웃음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고 엄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방문을 열었다.
“뭐하냐, 딸내미.”
“아, 엄마. 크크큭. 하핳. 아니, 내가, 참새가, 이렇게 오는데 크흐흫. 근데 이렇게 두웅~ 하고, 하하핳.”
“…….”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방문을 닫아주었다. 아씨, 그 웃긴 상황을 전달해줄 수가 없다니 너무 안타까웠다. 가능하면 그때의 그 순간을 영상으로 저장해 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말로는 어떻게 해도 그 상황의 웃음을, 황당함을, 기막힘을 표현할 수 없을 거 같았다.
당시의 절실했던 나의 자존심도. 평소에는 여자라서 뭘 더 내세우지도, 깎아내리려 하지도 않는데 왜 그 순간, 그렇게 필사적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학습된 그 알량한 여성성을 풍만한 가슴으로 치환해 자존심을 지키려고 말이다. 나의 소중한 자존심을 특정한 신체조건에 욱여넣어서.
아, 정말 참새가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