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에세이] 이불 빨래에 집착하는 게 왜, 뭐

#009_나만 창피한 거 아니죠?

by 정유미



_감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그런 감을 아는가



나는 감이 좋다.


쌀쌀할 것 같아서, 겉옷을 걸치면 그날은 반드시 덥다. 더울 것 같아서, 민소매를 입으면 깜빡 잊고 겉옷을 걸치지 않았으리라 생각될 만큼 쌀쌀한 날이다. 우산을 챙기면, 마치 나를 비웃듯 해가 슬쩍 얼굴을 내밀고 우산을 챙기지 않으면, 이때다! 하면서 비가 퍼붓는다.


그래서 어느 틈엔가 반대로 하는 버릇이 들었다. 그냥 감이 좋지 않으니, 일기예보를 주의 깊게 보거나 나가기 전 엄마나, 엄마에게 또는 엄마라든가 하는 주위 사람에게 물어봐도 되겠건만 나는, 나의 감을 놓지 않는다.


더울 것 같으면, 따뜻하게 입고

추울 것 같으면, 시원하게 입는다.


비가 올 것 같으면, 고민하다(그래도 비 맞는 건 싫으니까, 일단 고민한다) 우산을 챙기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방법은 꽤 효과가 좋아서 간혹 쓴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면, 이불빨래인데. 정말이지, 어떻게 해도 이불을 내놓는 날은 비가 온다. 이불을 내놓으면 엄마가 한숨을 쉬며, "비가 오겠구나." 할 정도로.


이불은 햇볕에 바짝 말려야 세균 걱정 없이 몸을 맡길 수가 있는데, 참으로 곤란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불을 빨아야겠다는 촉이 올 때는 재깍재깍 이불을 내놓는다. 노하우 아닌 노하우라고 한다면 일단 내놓고 세탁기에 돌리는 건 날씨를 봐서 한다는 거다. 이불을 내놓은 후에는 항상 해가 나는지 아닌지 주시한다. 만약 해가 나는데도 일찍부터 볼 일이 있어 밖에 나가야 하는 날은 그렇게 속이 상할 수 없다.


“아, 오늘 빨아야 하는데 이불.”

“……가끔 보면 참 엄마 같을 때가 있어.”

“…….”


J의 말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속으로 할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와버렸던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넘치다 못해 흘러나온 모양이다. 이래서 마음이 넘치지 않게 평소에 잘 간수해야 하는 건가. 인간관계도, 스트레스도, 일에도 이젠 정도를 지키는 게 익숙해졌지만, 이불빨래에 한해서는 항상 실패다. 누구에게나 그런 일 하나쯤 있지 않은가.


따끈따끈한 햇살 아래서 뽀송뽀송하게 마를 이불, 그 햇볕 냄새가 나는 이불을 덮을 때의 기분이라니. 그 하나를 위해 그렇게 애를 쓰는데 항상 뜻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엄마라니, 그 정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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