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_나만 창피한 거 아니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려고 길고 긴 환승 통로를 J와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옆에 높은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었고, 그 앞에 이런 문구가 써 붙어 있었다.
'새로운 꿈을 만들기 위해 새 단장 중입니다.
꿈이 실현되는 그날......
특별한 행복과 색다른 즐거움을
고객 여러분께 드리겠습니다.
We are sorry for inconvenience.
This retail is under construction for renovarion
기대하지 마십시오.'
"푸핫. 이거 봐. 기대하지 말래. 뭐야, 새 단장 중이라며 기대하지 말라니."
"... 다시 읽어봐."
"......"
'기대지 마십시오.'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그렇게 쓰여 있었다. 아, 라식을 했어야 했다. 안경을 써도 이런 지경이니 아니, 각막이나 시신경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무엇이든 일부만을 보고 전체를 빠르게 예단해버리는 내가 문제일까. 어쨌든 나는 민망함에 하하하, 웃고 높지도 않은 미간을 엄지와 검지로 꾹꾹 눌렀다. 이래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고, 한 번 본 불씨도 다시 봐서 화재를 예방해야 하는가 보다. 일단 나는 실패다. 얼굴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아, 뜨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