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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미 Nov 03. 2019

도를 넘어야 한다

도를 아십니까, 그거 말고요

_커피 한 잔, 카페인도 도를 넘어 세 잔



"절제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성공하려면 도를 넘어야 한다."

_오스카 와일드



오스카 와일드의 <하찮은 여인>이란 희곡에 쓰인 문장이다. 중용을 중시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들으면 기막혀할 말이건만 요즘의 나에게는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할까. 꼭 성공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도를 넘는 행위를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존재한다. 



대개는 꿈, 사랑, 성공, 명예와 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을 위해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도를 넘는 행위를 하는데 어째 나는 그런 식의 도를 넘는 행위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깨달음이 불쑥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렇기에 지금껏 나는 꿈에서도 사랑에서도 성공이나 명예에 관해서도 어정쩡하게 떠있거나 멈추어있는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또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역시 이건 개인의 대담함이란 성향과 맞닿아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어 쫄보인 나 자신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수밖에 없었달까. 그래도 한 번은 인생을 살다가 정말 한 번은 도를 넘어보고 싶다. 그게 누구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회적으로 문란을 일으킬만한 행위가 아니라면 꼭 한 번은 어떤 간절함과 울컥 치솟는 대담함을 지렛대 삼아 훌쩍 내가 쳐놓은 울타리를 뛰어넘어보고 싶은 것이다. 



아마 좋게 말하면 그건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 아닐까. 그렇구나. 도를 넘는다는 건 결국 어떤 선을 넘는다는 건데, 그게 나 자신에게 향한 경우 내가 상정해놓은 한계를 넘어선다는 말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계를 넘는다는 게 뭐 쉬운가. 도를 넘는다고 말한 들, 선을 넘는다고 한들, 한계를 넘는다고 한들 어쨌든 간에 무언가를 넘어서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언젠가 한 번은 넘어볼 그 도를, 선을, 한계는 일단 그 근처만이라도 가보면 좋겠건만 너무나도 온건한 정신을 가진 나로선 그마저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나 자신을 풀어놓고 싶은 마음에 술을 마시는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낮술이라도 함께 할 누군가가 없을까 카카오톡 채팅창을 스크롤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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