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투성이

by Vert


내 생일을 기념하여

우리 가족은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해외여행은 몇 번 가려고 했었지만

매번 수포로 돌아갔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변에서 다들 아기와 잘 다녀왔다는 얘기가 들렸다.

비행기에서도,

도착해서도,

돌아올 때도.

다 괜찮았다고 한다.


우리도 한번 해보자!

하며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그래서 가기로 한 곳은 괌이었다.

아기친화적인 곳이고,

거대한 키즈카페라는 얘기도 있다.




결혼 전엔 겁도 없이 다니던 나였다.

'가서 죽으면 죽을 운명이었던 거야.

여기서도 죽을 수 있잖아.

거기도 어차피 다 사람 사는 곳이야.'

라는 마인드였다.


그런데 아기와 남편이 생기니 달라졌다.

걱정이 날 짓눌렀다.

잠을 못 이룰 정도였다.


눈을 감으면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총을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는 차를 피해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남편,

나는 뒷 좌석에서 아기를 카시트에서 꺼내

바닥에 앉아 몸을 숨기고...


'총이 날아오면 남편도 막아줘야 하고 아기도 막아줘야 하는데

내 몸뚱이는 한 개뿐인걸...?

가면 안 될 것 같아!

너무 위험해!'


눈을 확 떴다.


'아니야.

상상이잖아.

괌은 아기들 천국이야.

걱정하지 말자.'


다시 눈을 감았다.


몇 년 전, 괌에 태풍이 온 뉴스가 떠올랐다.

'그때 엄청 심각했었잖아!'


눈을 다시 떴다.

휴대폰을 켜고 '괌 태풍'을 검색해 봤다.


이번 상상 속에서 나는 대응책까지 세웠다.

'우리가 갔을 때도 태풍이 올 수 있으니까,

물을 여비로 항상 가지고 다녀야겠어.

돈을 엄청 쓰더라도 일단 살아서 돌아오는 게 중요해.'


'안될 것 같아...

그래도 너무 위험하잖아.'


비행기표 취소 수수료에 대한 문의를 남겼다.

새벽 1시였는데도 바로 답변을 받았다.

'여기 직원들은 새벽에도 일을 하네.

해외에서 근무 중인가?'


그런데

내일 아침 되면 이 걱정들 다 사라질 것 같긴 한데...

원래 밤에 걱정거리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었다.

아침이 되고,

새벽에 하던 걱정들은 어디론가 다 달아났다.


남편과 숙소와 계획을 짜다 보니 너무 신났다.

남편이 신혼여행 때보다 더 신나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사실이다.

너무 신났다.


걱정을 한바탕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 걱정할게 태산이다.

이런 게 엄마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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