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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쪼 Aug 29. 2022

엄마가 되어줄게.

수치심

"나 얼마 전에 심리상담받았어."


 약 두 달 전, 아는 지인이 심리상담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부터 나 또한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지인의 상담 후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신청했다.  신청서 작성 후 상담시간을 정하고 매주 1회 상담을 시작하였다. 

 몇 번의 상담 동안 나는 나를 이해하게 된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 그중에서 내가 두 달 동안 매일 해온 것이 있는데 효과가 좋아서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 상담 이후 여러 성격 기질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 결과 알게 된 것은 '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여러 가지 모습 중에 부정적인 모습만 수용하고 긍정적인 모습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대박! 그래서 그랬구나!' 하며 머릿속에서 깨달음의 종이 울리는 듯했다. 이 힌트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내가 한 선택, 삶의 패턴, 심리적 갈등 등이 한 번에 도미노처럼 연결되며 건드려졌다.

 

그래서 그렇게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구나!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인정받고 싶어 했구나! 

그래서 나를 믿지 못하고 확신이 없었구나!

그래서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해주지 못했구나!


놀랍게도 이것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못난 사람이 아니었구나. 내가 스스로를 못나게 바라보고 있었구나.'


 더불어 상담사 선생님께서 내가 나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이유는 살아온 환경에 의해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친정어머니가 생각났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부모를 일찍 여의었다.

자라면서 형제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30대 초반에는 남편과 이혼 후 그 시절 여자라는 프레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얼마나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다듬으셨을까. 살아남으려는 강한 동기 덕분인지 엄마는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문제점만 집요하게 찾아내었다. 자식들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니는 애가 너무 까다롭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커서는 밥벌이도 제대로 못할 거다."

"잘난 척하지 마라. 너네는 너희가 혼자 큰 줄 알제?"

"다른 집 애들은 알아서 척척 잘하던데, 나는 자식복도 없제."


어머니는 스스로가 그랬듯이 아이를 이렇게 몰아세우면 더 강한 사람이 될 거라고 굳게 믿으셨으리라.

하지만 어머니는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존재인지 몰랐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자란 우리 남매는 커서 스스로를 문제 그 자체로 인식하게 되었다.

'난 이거 못할 거야. 나는 무능력하니까.'

'사람들은 날 싫어할 거야. 나는 문제가 많으니까.'

그렇게 우리의 무의식은 스스로의 문제점을 확대시키고 일반화시키는 패턴으로 학습되었다.


마치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를 푼 기분이었다. 한 손으로 이마를 시원하게 탁 치며 '대박 사건!!!' 할 정도의 깨달음이었다. 그럼 이제 해결하는 방법만 남은 것 아닌가?


내가 선택한 방법은 스스로 나의 엄마가 되어 말을 거는 것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에게 말을 건다. '안녕~ 잘 잤니?'

욕실 거울에서 양치하는 나와 눈이 마주칠 때는 손바닥을 부딪친다.'하이파이브!'

작은 실수엔 위로를 한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격려를 한다. '피곤했을 텐데 열심히 했네.'

소소하지만 꽤나 잘 해낸 것엔 큰 칭찬을 한다 '와~ 나 이런 것도 잘하네!'


내가 '나'라는 딸을 하나 키우듯이 말을 건넨다. 아주 친절하게.


이미 자기 검열하는 기능은 발달되어 있어 스스로 수정해야 할 부분을 잘 찾는다. 

조금씩 수정해나가면서도 나의 긍정적인 모습도 함께 수용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 나의 부모님이 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내가 나의 엄마가 되어 '너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덕분에 가장 좋았던 점은 어느새 내 아이에게도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수해도 괜찮아.' 

'너는 꽤 괜찮은 아이란다.' 

'불편했을 텐데 끝까지 했네.' 

'엄마는 널 믿어.' 

'열심히 했구나! 많이 늘었다~' 

내가 나를 친절하게 대하니 아이에게도 친절한 말을 한다. 

진심을 담아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 식사를 했다. 여전히 나의 문제점을 찾아내어 어떻게 고치면 될지 조언하는 엄마를 보고 있는 내 마음이 되려 편안하다. 어린 영란이가 저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스스로를 힘들게 했었는지 생각하면서 나에게 위로를 건네주었다.



'괜찮아 영란아, 너도 알잖아. 네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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