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쪼 Mar 14. 2023

예민한 사람도 편안해지는 방법

세 가지만 기억하자

#예민한 사람도 편안해질 수 있을까


그동안은 예민한 기질 때문에 겪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수동적인 태도였다. 오랫동안 민감한 성향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예민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었다. 또한 '사람들은 예민한 사람을 유난스럽다고 생각할 거야.'라는 고정관념도 한몫했다. 하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나니 섬세함이 장점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난 글에 그 장점을 소개했다.) 기질은 바꿀 수 없지만, 예민함을 편안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의 저자 니시와키 슌지는 극도의 예민함을 가진 아스퍼거증후군을 겪었던 정신과 전문의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는 하는 여러 방법 중에 실제로 적용해 보니 효과가 있었던 방법 세 가지만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우선순위 정하기


사람의 뇌는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며 중요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한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는 성격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모든 일을 똑같은 크기로 받아들이다 보니 중요하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려워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냉장고에 식재료가 있는지 확인하러 부엌에 갔다가 가스레인지 위에 묻은 기름을 보면 발걸음이 멈춘다. '당장 저걸 지우지 않으면 나중엔 잊어버려서 결국 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미 손은 기름때를 벅벅 문지르고 있다. 그 행위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무엇 때문에 부엌에 온 건지도 잊어버린다. 한참이 지나서야 '아 맞다! 냉장고!' 하며 쫄래쫄래 뛰어간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하던 일이 산만해져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다가도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아이의 요청사항을 다 받아들이게 되면 식사는 한참 뒤에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뿐, 무엇이 더 중요한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 미리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그것에 맞춰서 반복적으로 훈련하기만 하면 된다. 만약 '지금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더 우선이다.(단, 응급상황 제외)'라는 것을 정해놓았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보자.


"ㅇㅇ아, 엄마가 지금은 그걸 해줄 수 없어. 이것만 마무리하고 5분 뒤에 도와줄게.'


라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더니, 어느새 아이가 "엄마, 그것만 하고 도와줘요."라고 말하게 되었다.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의 최대 장점은, 내가 원하는 것에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24시간이 똑같이 주어지지만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것에 무의미하게 시간을 소비할 때도 많다. 우선순위를 설정해 보자. 계획했던 일을 기한 내에 마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잠들기 전 '오늘 하루 알찼다. 잘 살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스몰 스텝


 예민한 사람들은 업무를 하다가도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중요하게 보여서 세세하게 신경 쓰려고 한다. 세세한 것에 치중한 나머지 중요한 부분을 놓치거나 시간이 오래 걸려 기한을 넘기기도 한다.  그럴 때는 일의 순서를 시나리오처럼 작성해 보는 것이 좋다. (-책 일부)


예를 들어 나의 경우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겠다'라고 정하고 나니 이런 스몰 스텝들이 있었다.

1. 온라인 검색으로 집 주변 피트니스 검색

2. 운영시간, 비용, 트레이너의 경력 등 여러 조건 확인.

3. 가족과 상의해서 아이를 그 시간에 맡길 수 있는지 확인

4. 헬스장에 상담을 받으러 간다.


이렇게 순서를 세분화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았을 때는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계속 지나갔었다. 결국에는 운동도 못하고 자책만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스몰스텝으로 나누어서 시나리오를 짜놓으면 일이 하나씩 진행되고 있다고 여겨져서 자책할 일이 줄어들었다.

스몰 스텝이라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장벽이 낮으므로 작게 라도 달성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런 스몰 스텝을 실천하면 그런 버릇을 조금씩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세 번째, 회색지대를 받아들이자


<예민한 사람들은 종종 자기비판을 한다.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자신에게 거는 기대 때문이다. 자신을 탓하는 이유는 자신이 더 멋있는 사람이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책의 일부)>


 저자는 예민한 사람이 현재의 자신을 이상적인 모습에 비교하며 실망하는 이유는 '고정관념' 강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더 긍정적이어야 해.''더 적극적이어야 해.''더 어른스러워야 해.'  이상만큼 다다르지 못하면 전부 쓸모없다고 판단해 버리니 o 아니면 100, 흑 아니면 백, 즉 완벽주의이다. 실제로는 흑과 백 사이에 넓은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기쁨과 슬픔, 잘남과 못남, 진실과 거짓, 선과 악, 고상함과 저급함이 모두 섞여있다.>


 저자는 이렇게 인생이 '회색지대'라는 것을 인정하면 훨씬 더 편안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예전에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전화통화 하는 사람들,  외모로 평가하는 사람들, 자기 본업인데도 불구하고 일을 대충 하는 사람들을 보면 '옳지 못하다'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전화통화 할 때 큰 목소리로 했던 것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그럴 수 있었다. 그리고 외모로 사람들을 평가하는 사람은 평소에도 외모를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일을 대충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사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일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람 일수도 있었다. 이렇게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 '그럴 수 있지.'하고 받아들이게 되고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이 회색지대를 자신에게도 적용해 보자. 이상적인 자기 모습에 비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낮게 평가했던 것을 내려놓자. '나 또한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인정하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


위의 세 가지는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매일 실천하고 있는 것 들이다. 매일 다이어리를 작성하며 다음날 일정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목표를 정하고 난 뒤에는 스몰 스텝을 적용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 때 자책하는 대신 '나는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이다.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되뇌다 보면 마음이 한층 편해졌다.


민감한 기질은 바꿀 수도 바꿀 필요도 없다.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자. 이해는 했지만 실천이 안 된다는 건 그만큼 습관이 될 때까지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실천하다 보면 어느새 큰 노력 없이도 일상이 한층 편해졌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하고 건강한 우리를 위해.




















작가의 이전글 예민한 사람들의 장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