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염쪼 Jul 06. 2023

트레이너님, 저 같은 사람도 되나요?

마른 비만 탈출기


#

올해 4월, 헬스장에서 개인 PT를 받은 지 2개월 차였다.

새해 목표 중의 하나로 운동을 통해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갖고 싶었다. 평소에 주 1회 댄스수업을 듣는 것 말고는 운동을 안 하고 있었기에 체력이 약할 것이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인바디 결과는 C자형으로 전형적인 마른 비만이었다. 키 167cm인 여성의 몸무게가 55킬로 인 것은 정상체중이었지만, 분석 결과 팔다리는 가늘고 하복부엔 지방이 쌓여있는 E.T형 인간이라는 것이 명확했다. 체지방률은 넘어지면 30%에 닿을법한 29.8% 였다.


수치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 이전에도 인바디를 재면 늘 보던 수치였기 때문이다.

내가 놀란 것은 실크처럼 얇은 근육량과 체력이었다.


"와~~ 지진이다!"


 트레이너님이 가르쳐주는 동작을 따라 할 때마다 온몸이 떨렸다. 카페의 진동벨이 인간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트레이너님은 담당 회원이 다칠까 봐 양손으로 잡아줄 준비를 해놓은 채로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웃기지 마요!!"


 웃음이 터져서 힘이 풀려버릴까 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앙상한 팔다리가 마구 흔들렸지만 표정은 역도 선수 급이었으리라. 한 세트 후 휴식을 취할 때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곤 했다.

헝클어진 머리, 풀린 눈.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샀던 힘없는 병아리 같은 모습이었다.


그날은 날씨 좋은 주말이었다. 센터에는 진정한 헬스인(?)들의 숨소리만 가득했다. 허벅지만 한 팔을 장착하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들 틈으로 귀여운 덤벨을 들고 끙끙거리고 있던 나였다. 트레이너님은 최대한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정확한 자세를 반복적으로, 칭찬을 솔솔 뿌려가며 알려주고 계셨다.


"저 같은 사람도 근력이 느나요?"


 겨우 들어 올리던 두 팔이 부르르 떨렸다. 시작한 지 2개월 밖에 안된 여자 헬린이가 근육을 맛있게 쥐어짤 리가 없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태생적으로 마른 체형의 몸이 원망스러웠다. '저도 할 수 있을까요?'등의 뻔한 질문을 해서라도 응원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당연하죠! 저도 그랬어요!"


 트레이너님은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그는 학생시절 수능이 끝난 무렵부터 운동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주 적은 무게를 드는 것조차 버거워서 온몸을 벌벌 떨어가며 운동을 했었다고.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을 해보기도 했었고, 부상을 입어서 오랫동안 운동을 쉬어본 적도 있다며 지난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할 수 있다고 했다. 경험이 만든 확신이었다.


"트레이너님은 운동이 재밌어요?"

"네, 그럼요!"

"아... 그렇구나.."


공감할 수 없다는 내 눈빛을 보며 그는 잔잔한 확신을 주었다.



"몸이 변하는 걸 보면 점점 재밌어져요. 회원님도 그럴 거예요."





#

 신기하게도 3개월 차가 지나자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몸이 전보다 가벼워지고 탄탄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여도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인바디 결과 체지방량은 줄어들고 근육량은 조금씩 늘고 있었다. 먹는 양을 줄여서 했던 다이어트때와는 달리, 배가 고파서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은근히 보이는 복근이 썩 맘에 들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줄어드는 체지방과 먼지처럼 가볍게 늘고 있는 골격근량을 보며 뿌듯한 헬린이.)




 

무엇보다 운동을 하는 동안에도 즐거움이 느껴졌다. 어색했던 동작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처음엔 어려웠던 자세가 수월하게 느껴질 때 뿌듯했다. 근력 운동은 고통스러운 줄만 알았는데 '이것도 하다 보면 재미있구나.'라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앞으로도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마른 비만이었던 나의 경우, 식단에도 문제가 있었다. 음식의 70-80프로가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밥, 빵, 면, 야채 등이 대부분) 따라서 탄수화물을 조절하되 단백질 양을 늘리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최소화했다. 주 3-4회 운동(1시간 이내)과 식단을 변경한 것만으로도 체지방 감소뿐 아니라 근육량이 서서히 늘어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단백질(생선,계란,육류,두부,새우 등)을 섭취하기 위해 도시락을 자주 챙겼다.




 

무엇보다 운동 자체가 즐거웠으면 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행위 자체로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야 오래 유지가 되었다. 비록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생활화되면 지금보다 많이 변해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기로 했다.


 근육의 양은 쉽게 늘지 않았다. 그나마 운동 초보자 버프로 인해 조금 늘었지만 앞으로는 더뎌질 것이라 예상한다. 이전 다이어트 때 섭취하는 음식의 양을 줄이니 근육량이 줄어든 경험이 있었다. 따라서 탄, 단, 지가 고루 갖춰진 영양가 있는 식단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트레이너님의 말씀처럼 꾸준한 노력이 내 몸과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불과 몇 개월인데도 종종 그만두고 싶고, 괜히 결과 없이 힘만 빼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불과 4-5개월 만에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걸 떠나서 운동의 즐거움을 맛보았으니 그걸로도 충분한 것을 얻었다.

앞으로의 나를 기대하며.













작가의 이전글 예민한 사람도 편안해지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