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하는 시간들

버스 전쟁을 피해서

by 비단채
20251026_175332.jpg 집에 올라가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교회를 나서자마자 엄마가 말했다. "모란역으로 가면 버스 탈 때 힘들어. 태평중앙시장에서 타자."

일요일 오후의 모란역은 늘 전쟁터다. 버스를 타려면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고, 밀리고, 간신히 올라타야 한다. 우리 모녀는 언제부턴가 그 전쟁을 피해 태평중앙시장으로 향했다.


태평 중앙역에서 내리니 못 보던 크로켓 가게가 보였다.


출출해진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크로켓 사줘."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나는 여전히 엄마에게 뭔가를 사달라고 조른다. 엄마는 별말 없이 카드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따끈한 크로켓을 손에 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뜨거운 크로켓을 원했었지만, 크로켓은 역시나 많이 식어있었다.


그렇지만, 엄마도 나도 말없이 크로켓에 집중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집에 거의 다 와서 엄마에게 "귤 사가자~"라고 했다. 집 근처 작은 마트에 들렀다.

귤 한 박스, 2만 3천 원. "작년보다 비싼가?" 엄마가 중얼거렸지만, 카드는 이미 긁고 있었다.


무거운 귤 박스를 들고 집까지 걷는 짧은 거리.

엄마가 "내가 들게" 하셨지만, 내가 먼저 낚아챘다. 이런 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모란역의 혼잡함을 피해 돌아온 길. 크로켓 하나, 귤 한 박스. 별것 아닌 일요일이지만, 이런 날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이 된다. 그리고 나는 이 평범한 일요일들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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