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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카타임 Jul 01. 2022

강 보며

강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 한쪽으로만 향하는 흐름이 바다의 파도와 다르게 맘을 차분하게 해 준다.
산과 인접해 있어서일까. 강의 모습 속에는 항상 오랜 세월이 느껴진다. 오래된 것의 깊이가 그 앞에 서면 침묵하게 하고 사색하게 한다.

한편 강이 주는 두려움도 있다.
짙은 풀색 혹은 흑색 물이 그 속에 무엇을 담고 있을지, 그간 무엇을 흘려보냈을지 가늠도 상상도 막아버린다. 완전한 미지가 느끼게 하는 공포.
특히 큰 바위와 맞닿아 흐르는 곳을 보면 전설 속 괴물이 있고도 남지... 무언가가 반드시 그 속에 숨어 있을 것 같다.

또한 강은 이질감도 느끼게 한다. 친숙한 계곡물이나 바닷물과 다르게 발한쪽도 쉽게 담그지 못하게 하면서도 이질감이 불러오는 호기심 때문에 오히려 시선을 오래도록 잡아끈다.

이 모든 이유로 난 강이 좋다.

예전에 난 사랑을 하면 일상을 떠나 어딘가를 여행하기가 힘이 들었다.  그 잠시의 헤어짐이 아련하고 아쉬워서 여행에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늘  예측할 수 있는 일상 속에 서로가 있는 게 맘이 편했다.

지금은 오로지 시간만이 여행을 막는 방해꾼이다.
거하게 여행이랄 것까지도 없다. 잠시 먼 곳의 드라이브 정도만으로  충분한 것을 그조차 시간 내기가 쉽지가 않은 요즘이다.

강을 보러 달려오니 잠시 옛 기억들이 스친다.  손 닿을 거리에 사람을 두고 잊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과거 어느 때 난 어렵사리 그 일을 해냈고 그게 지금에 와서야 대견스럽다.
세월 앞에 모든 게 변하고 잊혀진다는 지조 없는 사람 맘이 딱 내 맘에도 적용이 된 게 이렇게도 예쁠 수가 없다.
그래 그땐 강보며 사람 생각에 힘들었지.
지금은.... 그저 강만 본다.
한바탕 장맛비 뒤라서 물이 흘러 넘 칠 듯 출렁였다.
오롯한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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