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송아지

by 피카타임

크는 내내 엄마를 닮지 않은 내 외모에 불만이었다. 엄마를 닮았어야 했는데... 딸은 엄마를 닮아야지...
어쩌다 엄마 닮았단 얘기를 가뭄에 콩 나듯 들으면 아니에요.. 엄마 안 닮았어요 하면서도 기분이 좋곤 했다.

아빠 선글라스를 바꿔야 한다는 게 이제 떠올랐다. 그간 임플란트 때문에 거의 이 없는 남자로 몇 달을 지냈기에 선글라스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쇼핑 욕구가 생기질 않았었다.
드디어 앞니가 새로 생기게 되자 아빠 본연의 모습이 하나씩 회복되는 느낌이다.
아빠는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지만 먹는 것도 훨씬 편해지고, 자신감도 많이 되찾은 듯 보인다.
"아빠 선글라스 사러 가자."
"글쎄..."
글쎄는 우리 아빠의 긍정어이다.

두세 군데 브랜드에 들려서 두세 가지 스타일을 써 보았다.
그날따라 판매하시는 분들 연령이 비슷해 보인다.
나보다 열 살쯤 많아 보이기도 하고, 아빠보다 열 살쯤 적어 보이기도 하는 화장기 없는 얼굴의 점원들이 아빠가 새로운 스타일의 선글라스를 하나씩 써 볼 때마다 표정으로 눈빛으로 환호한다. 곧 호칭이 고객님 너무 잘 어울리셔요에서 오빠 너무 잘 어울려요로 바뀔 것 같다. 등산 모임 여행을 배웅하던 날 아빠와 함께 버스에 올라탔던 아줌마들에게서 들었던 목소리 톤이다.

보잉 스타일의 검은색 선글라스를 골랐다. 잘 어울린다.
돌아오는 길 예전에 아빠 선글라스와 비교해 보려고 오랜 사진을 찾았다. 와... 그땐 이렇게 아빠가 젊은 줄 몰랐네.
얼굴이 작고 이목구비의 사이즈가 딱 알맞은 아빠의 얼굴에 선글라스까지 얹히자 배우 같단 표현이 절로 나온다.
엄마를 안 닮을 것 같았으면 아빠라도 닮을 걸 그랬다. 엄마도 아빠도 닮지 않아 후회 중이다.

평생을 난 엄마 닮았는지 아빠 닮았는지 답을 찾길 바랐다.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누굴 닮았는지 이것저것 양쪽에 가져다 대보길 자주 그랬다.
모나거나 불편한 성격을 마주할 때면 엄마든 아빠든 닮아서 그렇다고 탓을 하면 좀 나을 것 같았다.
이 나이껏 누굴 닮아서 그런지 찾진 못하고 오히려 찾을수록 누구 하나 닮은 구석이 없다는 사실만 뚜렷해졌다.
그냥 우린 각자 개성껏 살았나 보다 결론을 지으려는데, 아빤 잘 때 에어컨을 틀고는 잘 수가 없단다.
"아빠, 나도야! 나 아빠 닮았네!"

난 평생 추위에 약했는데 이젠 추운 건 조금도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카페에 앉아 미리 챙겨 간 넓은 숄을 펴서 팔을 감쌌다.
뉴스에선 다가오는 한 주의 폭염을 예보하며 아나운서가 '각별히 주의' 할 것을 당부하지만, 여름은 언제부턴가 내게 너무 추운 계절이다.
게다가 일몰 시간이 1분씩 다시 짧아진 지 오래다. 같은 시간대에 나뭇잎 그림자의 각도도 달라졌다.
아직 여름을 제대로 즐긴 것도 없이 말이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렇게 폭염을 각별히 주의만 할 게 아니고, 산이든 바다든 뛰어나가 마음껏 즐겨야 할 것 같은데 마음이 몸에 완전히 갇혀 버렸다. 두드려 대는 마음의 아우성을 모른 척하며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꿀꺽 삼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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