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발에 통증이 다시 찾아와서 몇 달 동안 운전을 하지 못했다. 난 운전을 즐기지 않기에 차를 사용하는 동안은 그 편리함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
모두가 이번 여름은 유독 길고 덥다고 했다. 여름 내내 대중교통과 함께 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상대방의 시간과 속도와 체취에 나를 이리저리 맞춰가며 지내는 날들은 매일같이 불평거리를 더 얹어줬다.
그러다 여름이 가실 무렵,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두 계절 만이다. 시간이 그렇게 지났으니 괜찮을 거라고 나를 달래며 잔뜩 긴장한 맘으로 내 속도와 공간을 되찾게 되었다.
운전을 하지 않는 동안 내가 제일 그리워하던 건 달리는 차 안에서 듣는 오디오 북이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만난,
<섬에 있는 서점>.
맨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준 오디오는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처음으로 돌아가 자동 재생되었다. 결말에 멍한 내 마음에 다시 반가운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에이제이의 목소리, 이제는 그 성우의 목소리에까지 사랑하는 마음이 깃든다. 나는 당신들의 앞날을 아는데... 타임루프 영화를 볼 때처럼 마음이 슬퍼진다.
책을 듣는 동안 맘에 안 드는 순간을 여러 번 만났어도 좋은 책이다.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우린 그 말을 자주자주 듣고 살아야 한다.
'기다리다'라는 말은 감정 동사 같다. 매일을 그런 기분으로 산다. 대상을 모를 때도 있다. 기다림의 감정이 화분 맨 아래 흙처럼 내 모든 기분의 저변에 고여 있다.
연휴의 첫날. 하루 종일 비가 온다. 그것도 아주 많이도 온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감정의 습관이다.
'그냥 비가 오는 날을 살아.'
우산을 들고 일몰 시간을 두 시간 남겨두고는 거리로 나왔다. 어딜 가나 빗소리가 배경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