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마지막 풍경은 항상 같다. 떠나는 사람은 늘 한 시간 전쯤 미리 갈 시간을 말하면 좋을 텐데, 잘 놀다가 갑자기 일어서서 짐을 챙긴다.
보내는 사람도 미리 싸줄 품목들을 챙겨두면 좋을 텐데, 왜 갑자기 가냐는 원성과 함께 부랴부랴 짐을 싸준다.
내가 객이 됐을 때도, 객을 치렀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 명절의 끝은 어묵과 튀김을 못 챙겨줬다고 아쉬운 인사를 들었고, 옷과 영양제를 못 챙겨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린 서로 그 두고 온 것들로 또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에 가면 꼭 챙겨줘~ 다음에 또 와서 가져가세요~
늘 똑같은 명절 풍경. 긴 명절을 어른들 챙기는 데 다 쓴다고 잠깐 불평도 했었지만, 긴 명절 덕에 아쉬움 없이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명절 끝. 덕분에 집이 아주 깨끗해졌다. 마음도 깨끗하다. 꽉 찬 것을 비워낸 곳에는 때론 아쉬움과 허무함이 스며들기도 한다.
오늘 하루 쉬면서 채울 것을 찾았다. 차곡차곡 채운 끝은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부렸다.
난 소원을 풍등에 적어 날려버리지 않는다. 대신 소원을 손 닿을 수 있는 곳에 적어두고, 잊지 않는 것으로 염원을 담는다.
그리고... 덕분에 오늘도 오후 4시를 살았다. 천국의 풍경은 오후 4시이길.
블랙 미러 속으로 들어가 24시간 오후 4시만 살고 싶다 하다가 문득, 아서라... 오후 4시를 지옥으로 만들 순 없지...
오후 4시를 천국으로 만드는 나머지 23시간도 아껴보자고 일상 복귀 하루 전 날. 에스프레소 위에 초콜릿 청크가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