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만남이 너였다. 12월 이런저런 연말 약속들에 떠밀려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연초에 보자 했는데 부지런히 약속을 미리 잡아두길 잘했다.
'그럼 우리 1월에 보자'가 아니라 '1월 3일에 보자'라고 했던 너의 말에 묻어난, 나와 다른 너의 성격이 좋았다.
처음 널 만났을 때 넌 내게 무언가를 팔기 위해 만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는데... 세월에 불순물이 녹았다고 할까... 아님 그럼에도 괜찮은 더 좋은 것도 생겨났다고 할까...
지난달 어느 날, 아이들에게 화가 나서 남편과 둘이 집을 나온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가출을 감행한 너희 부부는 승학산에 올랐다고 했다. 억새 가득한 승학산 정상을 딛고는 내려와서 커피도 한잔하고 늦은 저녁 귀가를 했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재밌고 따뜻하다.
십 대 때는 친구가 어찌나 쉬운지, 영원을 맹세하기는 그보다 더 쉬웠고.
어른이 돼서 난, 내 십 대 때의 우정을 비웃으면서도 친구라는 말을 들으면 그때 인연을 맺은 친구들만 떠올렸다.
그런데 이제는 니가 먼저 떠오른다. 십 대도 아닌 내 곁에도 여전히 좋은 친구가 있었다.
어린 시절 바라봤던 어른들의 모습을 난 너의 삶을 통해 본다.
널 보면 내가 얼마큼의 어른이 되어 있는지 알 수가 있다.
평일에 쫓기듯이 아니라 주말 내내 편히 널 보았다.
커다란 커피숍 창은 우리에게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난 저 멀리 바다 끝을, 넌 또 공교롭게 승학산을 바라보고 있구나. 승학산에 달이 떴다. 입이 저절로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커다란 보름달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