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특전미사 중에 불현듯 든 생각.
내가 불안과 우울감에 힘들어했던 그 시간 동안,
물론 내가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니지만
나는 하느님을 온전히 믿지 못했구나,
그분이 내 삶을 알아서 인도해 주시겠거니 하는
완전한 의탁의 마음을 갖지 못했구나,
내 힘으로 가능하지 못한 것을 고민하느라
그분 안에서 내 힘으로 가능한 것들을 놓쳐버리는 탓에
그때 그렇게 힘들었구나, 하는.
진리는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이전에도 지금도 늘 듣는 이야기인데
이성적으로는 잘도 이해하는 내용인데
깨달음은 늘 두어 박자 나중에 찾아오는.
아둔한 탓.
.......
종강 준비를 하며 마지막 수업에서 할 이야기를 끄적였다.
삶은 원래 내 뜻대로 안 되고 계획하지 못한 일들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기본값을 그렇게 세워두길.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그러면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조금은 수월하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도.
그리고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대해 분명히 판별할 수 있길.
다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분명히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 것.
애초에 세상은 공평한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에게는
운 좋게 더 받은 것이 있는 반면,
운 나쁘게 덜 받은 게 있기 마련.
앞으로 나이가 더 들어 여러분의 삶이 안정되고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면
여러분이 운 좋게 얻은 것들로
우리 세상이 조금은 공평하고 정의롭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힘쓸 수 있는 어른이 되길.
학생들에게 한 이야기이지만
역시나 나에게 했던 이야기.
벌써 종강한 지도 2주일이 흘렀네.
여름의 한가운데.
올여름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과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그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노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