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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나 Jun 25. 2024

늘 두어 박자 나중에 찾아오는 깨달음

어제 특전미사 중에 불현듯 든 생각.

내가 불안과 우울감에 힘들어했던 그 시간 동안,

물론 내가 그러려고 그랬던 건 아니지만

나는 하느님을 온전히 믿지 못했구나,

그분이 내 삶을 알아서 인도해 주시겠거니 하는

완전한 의탁의 마음을 갖지 못했구나,

내 힘으로 가능하지 못한 것을 고민하느라

그분 안에서 내 힘으로 가능한 것들을 놓쳐버리는 탓에

그때 그렇게 힘들었구나, 하는.


진리는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이전에도 지금도 늘 듣는 이야기인데

이성적으로는 잘도 이해하는 내용인데

깨달음은 늘 두어 박자 나중에 찾아오는.

아둔한 탓.


.......


종강 준비를 하며 마지막 수업에서 할 이야기를 끄적였다.

삶은 원래 내 뜻대로 안 되고 계획하지 못한 일들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기본값을 그렇게 세워두길.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그러면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조금은 수월하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도.

그리고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대해 분명히 판별할 수 있길.


다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분명히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 것.


애초에 세상은 공평한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에게는

운 좋게 더 받은 것이 있는 반면,

운 나쁘게 덜 받은 게 있기 마련.

앞으로 나이가 더 들어 여러분의 삶이 안정되고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면

여러분이 운 좋게 얻은 것들로

우리 세상이 조금은 공평하고 정의롭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힘쓸 수 있는 어른이 되길.


학생들에게 한 이야기이지만

역시나 나에게 했던 이야기.


벌써 종강한 지도 2주일이 흘렀네.

여름의 한가운데.


올여름 나는 얼마나 많은 생각과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그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노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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