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시험을 치루는 너에게

by 나나

큰딸에 이어 작은딸이 올해 수능을 치릅니다.

언니는 수시파였고, 동생은 정시파여서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우리 집 애들은 특히 고3이 되면 스트레스가 잠으로 오는지 그렇게 잠을 자더라고요.

잔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했지만, 부지불식간에 티를 많이 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둘째를 수능시험장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

큰 가방을 짊어지고, 한 손에는 도시락통을 들고 교문을 들어서는 모습을 보니

이제 오롯이 홀로 견뎌야 하는 시간이 됐음에 안타까웠고, 그만큼 기특하기도 하더라고요.

이제 십 대를 마무리하고, 이십 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딸에게

혼자서 조용한 응원을 했습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숫자 6이 나오면 어떻고 1이 나오면 어떻습니까?

모두 상황에 따라 길을 찾아가면 되는 거죠.

재수는 안된다고 못 박아놨지만, 상황은 변할 수 있는 거니 장담은 못하겠네요.


둘째 딸이 중학생 때 저에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큰아이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54일 묵주기도를 했지만 원하는 학교에 배정이 안되었죠.

제가 하는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투정을 부리니


주님께서 엄마의 기도를 들어주실 거야.
다른 시간과 다른 방법으로!! 그렇지만 꼭 들어주실 거야.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기특한 말을 하기도 했던 기특한 아이입니다.

그동안 제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욕심만 많고 게으르다고 흉보듯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저보다 더 바르고 똑똑한 아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최선의 길을 찾아서 행복하게 살거라 믿어요.


그런데 왜 눈물이 났을까요?

운전을 하던 남편도 저도 울컥했습니다.

아이가 시험을 시작하면서 저도 함께 묵주기도를 하는데 설움 같은 울음이 났습니다.


오늘 시험이 끝나고 오면 또 논술시험이 연달아 있어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꼭 안아주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고생한 학생과 그 부모님들, 선생님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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