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사는 첫 번째 시절

by 나나

정신없이 눈앞에 닥친일들을 해결하며 살다 보니 오십이 넘었네요.

올해 둘째도 수능을 마쳤고 결과야 어떻든 이제 자식들 모두 성년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어떤 큰 숙제에 마침표를 찍은 것 같은 홀가분함이 느껴집니다.


저는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을 다녔으며,

결혼은 빨랐지만 아이는 조금 늦었어요.

그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열심히 달렸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표를 정하지도 못하고

사람들이 많이 달리는 쪽으로 달리며 살았네요.


얼마 전 제가 다니는 회사 회장님과 커피를 한잔 했습니다.

저에게 질문하시더라고요.


"보통 자네 또래의 여성들은 크게 2가지로 나뉘더군.

귀여운 손자를 봐주며 노후를 마무리하던지,

아니면 나를 위해 살던지..."


자네는 어떻게 살 건가?


이 질문에 고민 없이 바로 대답할 수 있었어요.

저는 지금 후자의 삶을 살기 위해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

20대는 장기의 목표도 단기의 계획도 없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습니다.

30대는 출산 후 허둥지둥 그저 힘든 기억뿐이고,

40대는 애들 교육과 돈 문제로 걱정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50대 들어서서야 이제 좀 한숨을 돌리면서,

어디로, 어떤 마음으로 가야 하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오십을 훌쩍 넘긴 지금에서야 저를 위한 시간과 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부쩍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육성으로 책으로 미디어로 많이 접하게 되네요.


화면 캡처 2025-12-02 103811.jpg 오십에 읽는 주역 / 강기진 지음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읽던 책에서 나온 소제목입니다.

우연치고는 참 절묘합니다.


사실 2~3개월 전부터 저는 많이 달라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네...

정말 살면서 오롯이 저만을 위한 시간을 내어본 기억도 별로 없었어요.

그러나 저는 좀 달라지기로 했습니다.

직장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2시간 정도 공부든 독서든 하고 싶은 걸 하고 나서야 집에 들어갑니다.

집에 가면 유혹적인 소파나 숙제 같은 집안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쉽지 않아요.

그러니 아예 하고 들어갑니다.

물론, 식구들은 불편해지겠지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함께 해야죠.


그리고 그동안 비싸서 못했던 필라테스도 시작했어요.

솔직히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망설여지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애들 수학 과외비도 안되더라고요.

교육비는 고민 없이 턱턱 쓰면서,

저를 위해 쓰는 돈에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다짐이 들어가던지요.

그래도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게 저의 노후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노후준비라는 것이 비단 자금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많이 생기게 될 여가시간을 보낼 취미나 종교가 필요하고,

그 시간을 잘 보내려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겠고요.

어느 정도의 고정수입은 있어야 하니 적은 돈이라도

들어올 수 있는 파이프라인도 만들어놔야죠.

이래저래 하나씩 생각하면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달라지는 생활 속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의 인지였습니다.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지금,

우울하지 않게 즐기면서 겨울맞이를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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