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받아들이는 엄마의 강인함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꽤 오랫동안 글을 못 썼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글을 쓸 때마다 계속 떠오르고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으므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인스타그램도 끊었고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과거에 내 큰 걱정 중 하나는 ‘바짱과 지짱이 죽으면 어떡하지?’였다. 그 이유는 엄마가 그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같이 죽을까봐 였다. 그 당시 내 상상 속 엄마는 매우 여렸다. 매일 통화로 안부를 나누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죽으면 엄마는 어떻게 살아가지?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버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3년 전 봄, 코로나로 외국으로 쉽게 갈 수 없던 시기에 외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이야기를 늦은 밤 퇴근길에 들었는데, 무심하게도 벚꽃은 예쁘게 피어있었고 그 벚꽃을 보며 난 눈물을 닦았다. 항상 “유나짱~”하고 불러주던 외할머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엄마의 마음이 도무지 헤아려지지 않았다. 엄마를 일본에 보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아보고, 엄마는 혼자 장례식을 치뤘다. 너무 많이 걱정했지만 내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엄마는 잘 견뎌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종식되었고 나는 뒤늦게 엄마와 고향 도쿠시마에 갔다. 진작에 갈 것을… 왜 가지 않았지?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엄마와 함께 돌아가신 외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러 절에 가서 의식을 치르고, 산소에 갔다. 이미 돌아가신 후였지만 외할머니를 보내드릴 수 있음에 감사했고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는 병원에 계신 외할아버지를 뵈러 갔다. 치매가 있던 외할아버지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병원에서 생활했다. 건강하고 밝은 외할아버지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기에, 수척해진 모습을 봤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더 이상 딸인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다. 이번에도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게 어떤 기분일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내인 외할머니가 돌아가신줄도 모르고 어느 병상에서 자신처럼 누워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외할아버지의 모습도 안타까웠다. 한편으론 많은 걸 잊었지만 외할머니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뵙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어느 가을, 본가에서 새벽에 엄마가 나를 깨웠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엄마가 눈물도 흘리지 않고 “어떡하지…“라고 한숨을 쉬는 모습에 뭐라 말을 건네지 못했다. 내 눈물을 닦고 서투르게 엄마를 안아주고 엄마를 일본에 보내기 위한 절차들을 밟았다. 같이 가겠냐고 재차 물었지만, 엄마가 혼자 외할아버지를 보내주고 오겠다고 해서 한국에 머무르며 추모했다.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이라도 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전에 더 자주 찾아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나는 엄마와 함께 살지 않으니,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난 뒤 엄마가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얼마나 슬퍼했는지 보지 못했다. 내 앞에서는 한 번도 울지 않아서 너무나도 걱정스러웠다. 어디선가 혼자 울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면서 불안하고 안타까웠다. 그런데 엄마는 내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내가 엄마라면 부모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고, 슬픔에 압도되어서 숨도 쉬지 못할 것 같은데 엄마는 잘 넘겼다(또는 넘긴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요즘도 가끔 엄마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엄마는 어떤 ‘순리’ 같은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돌아가시기 전에 자신이 딸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엄마가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렵지만 그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은데. 엄마는 정말 강하고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인연을 흘러보내는 일본의 정서 덕에 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 누군가가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것. 상상하기도 싫지만 언젠간 또 벌어질 일이겠지. 그땐 나도 엄마처럼 의연하게 담담하게 넘길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다.
p.s 바짱, 지짱이 함께 하늘에서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