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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bow Nov 14. 2015

고양이의 길

은 강아지의 길과 연결되어 있나

강아지와 봄볕이 가득하지만 바람은 싸늘한 초봄 거리를 나섰다. 트럭에 식물들을 팔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동해 히아신스 화분을 샀다. 꽃이 반은 피어있었다. 히아신스 향기가 온 집안을 에워쌌다. 히아신스 꽃이 조금씩 시들어갈 때쯤 언니는 돌아왔다. 발리의 집은 너무도 넓었다면서 내 기준엔 넓기만 한 집을 보면서 너무 좁다고 계속 말하는 언니가 낯설었다. 난 엄마 자궁같이 손을 뻗으면 모든 것이 닿는 집으로 가야했다. 갑자기 가슴이 턱턱 막혀왔다. 언니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왠지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원래의 나의 집으로 왔지만 쉬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물론 내가 있던 공간과 내 냄새가 밴 물건들이 있는 곳은 친숙하고 좋았다. 화장실도 두 걸음만 걸으면 갈 수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누워 있는 내 눈가에 눈물이 비스듬하게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얼마전부터 방문하던 유기견 사이트를 계속 보고 있었다. 20대가 끝나갈 즈음 이제는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옷이 많을 거라며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렸던 것처럼 유기견들과 유기묘들을 둘러봤다. 


사실 오래 전에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남자친구의 강아지로 마지막엔 거의 내가 키우다시피 했고 늙고 병든 강아지 병원비가 든다면서 안락사시켜야 하지 않겠냐는 남자의 말에 내가 책임지겠다며 큰 소리만 쳤었다. 약을 먹여도 귀의 염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밥을 잘 먹지 않았다. 배변 실수도 잦아졌다. 늙은 강아지는 처음이었다. 한 시도 내 몸에서 자신의 몸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사는 것 같았다. 새벽에 내가 잠들지 않으면 개어 놓은 이불을 발로 끌어당기면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곤 했다. 컴퓨터에 앉아 자소서를 쓰는 내 말 위에 턱을 올려놓고 코를 골면서 자곤 했다. 밤엔 내 팔을 베고 누워 잤고 죽기 전 얼마간은 밤에 경기를 일으키듯 앓는 소리를 냈다. 어느 날 밤엔가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니 강아지가 고요히 내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취업이 되지도 않고 더 이상 자소서를 꾸며댈 기운도 없어 하루 하루를 방바닥을 긁으며 보내고 있었다. 그 시기 생명이 있는 누군가와 체온을 나누고 말을 하는 상대는 그 강아지였다. 어느 순간 하도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강아지의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하도 밥을 안먹어 좋아하는 산책을 실컷 시켜주면 먹지 않을까 하여 한참을 걷고 들어온 그 날 강아지는 기분이 안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강아지가 너무도 새삼스럽게 예뻐보여 그림을 그렸다. 강아지는 누운 채로 다리에 마비가 왔다. 울먹이는 나를 혼낸 건 그 당시의 그 남자였고 강아지를 그냥 놔두라고 했다. 한 밤 중 강아지는 일어나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반지하 방에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화장실에서 강아지는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나를 쳐다봤다. 



‘나가면 너 어떡할래?’ 



그 음성이 확실히 들렸다. 그 날 아침 부랴부랴 24시간 동물병원을 찾아 데리고 가려고 이불에 싸서 그녀를 안았다. 집을 나가는 순간 강아지는 크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난 울먹이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내 품에서 거친 숨이 끊기고 고요가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떠났다. 그 이후에는 그 당시에는 그 남자와 떠올리고 싶지 않은 투닥거림이 있었고 우는 나를 자꾸 혼냈다. 강아지가 죽은 이유는 이제 그런 데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더 치열하게 살라는 메시지라며 취업이 안되니 보험영업을 하라고 했다. 얼마 후 나는 그와 헤어졌고 20대 후반의 홍역을 참 열렬히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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