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안되나봐,라고 생각했었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식물을 좋아했다.
산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꽃도 꺾고 메뚜기도 잡고 메추리알보다 더 작은 꽃 이름이 뭘까 궁금해하기도 했다.
어렸을 적 들었던 할미꽃 이야기를 듣고 할미꽃을 좋아한다고 하니 어린애가 뭐 그런 꽃을 좋아하냐고 그랬다. 그 이후로 할미꽃을 좋아한다고 한 적은 없지만 어쩐지 가끔 할미꽃을 보면 애잔한 느낌이 들었다. 그 후엔 보라색을 좋아하는 나는 바이올렛이란 화분을 사서 매번 죽이기 일쑤였다.
그 이유는 너무 사랑해서 였다.
그 작은 화분의 꽃은 물을 그렇게 많이 주면 안되는 꽃이었다.
잎사귀가 도톰한 게 물을 많이 가지고 있기때문에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썩었다. 게다가 안주면 또 말라 죽고. 그래서 난 식물 킬러로 나를 생각하고 그 이후 몇 번 식물을 키웠지만 꽤 오래 키웠던 아이들도 잠깐의 실수와 어떤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던 중 최근에 큰 용기를 내 허브를 샀다. 아주 성공적으로 분갈이를 하고 아직은 잘 살고 있다. 생각해보니 식물은 그저 물만 잘 주고 알아서 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분갈이는 꼭 해줘야 하고 물 주는 방법도 물 속에 화분을 좀 담궈 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바람이 잘 통해야 하는 것이 중요했고 물을 별로 안 좋아하는 걸로 알려진 로즈마리는 사실 그 뿌리가 물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 분갈이 용 흙을 사고 화분을 사는 것이 하루 목표가 되었다. 분갈이 이후에는 쑥쑥 자랐고 애플민트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키가 커져서 옆으로 쓰러지려고 했다. 그래서 검색해본 결과 가지치기를 꼭 해야 한다고 했다. 가지치기는 필수라며 가지치기 이후 줄기가 양 옆으로 뻗어나가며 풍성하게 자라는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잘 닦은 가위를 가지고 꽤 큰 허브들 앞에 앉았다.
이렇게 잘 자란 애들을, 게다가 키 큰 애들을 싹뚝 잘라야 한다니..... 정말 떨렸다.
하지만 꼭 해야할 일이라면 할 수밖에 없다.
키 큰 아이들을 싹뚝 싹뚝 자르고 물을 담아 꽂아 두었다. 며칠 후 그 줄기에서 뿌리가 빼꼼빼꼼 나오고 있었다. 이 생명의 신비란.......
그렇다. 식물킬러인 내가 허브를 키우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봐가면서. 아침에 일어나 얼마나 컸는지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면서 별로 좋지 않은 잎은 떼어내고 허브 향기를 맡으며 줄기를 나눠줘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며.
컵 속에서 나오고 있는 뿌리들을 보면서 언젠가 화분에 옮겨심을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방법도 모르고 한 두번 해본 후 못 하는 사람이라고 날 낙인찍었다. 물론 식물에 관심이 간다는 것은 내가 나이가 든다는 증거라고도 하는 후배말도 맞고 여태껏 그렇게 생명을 다한 식물 아이들 덕에 이렇게 식물을 키우게 되기도 했고 말이다.
실패하면서 매번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고 또 실패했다고 '난 역시....이랬어.'라고 날 낙인찍지는 않았나싶다. 물론 작은 손톱만큼의 변화와 개선은 매우 아프고 힘든 일이지만. 자연스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여유와 그 즐거움을 알게 되었을... 지금 난 매일 허브를 들여다본다.
물론 앞으로 맞을 겨울이 문제라고 하는데 그 때 또 허브를 보내며 슬퍼할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초록색 즐거움과 약간의 걱정어린 애정을 즐기려 한다. 나이가 들어 이런 기쁨과 즐거움을 알게 된 것도 하나의 선물이라 여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