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정을 따라가 본다
기분이 좋지 않다.
뭔가 덜컥거리면서 명치 아래 뭉쳐 있는 어디께를 자꾸 두드리는 것 같다.
그저 버스가 덜컹거리는 것뿐인데도 갑갑하고 머리가 아프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알 수가 없다.
화가 난 것같기도 하고 혼자 마음이 꽁기꽁기 꽁해진 것 같기도 하다. 체한 것 같기도 하고 외로운 것 같기도 하다.
길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누군가가 내 뒷머리를 잡아 당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볼 수가 없다.
뒤를 돌아 그 모퉁이를 다시 돌면 이 알 수 없는 신발 속의 작은 돌멩이를 털어내는 것처럼 단순히 털어 버릴 수 있으련만. 일상이라는 파도는 자꾸 나를 밀어가고 또 다시 내려가게 한다.
그러다보면 나는 알 수 없는 바닷가 어딘가에 둥둥 떠있고 그 배안엔 맹수가 날 노려보고 있다.
불안함과 공포로 나는 목소리부터 떨린다. 멍한 체로 거리를 걷고 해야 할 일을 하지만 다시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라는 해일에 떠밀려 난파되고 숨을 못 쉰다.
물 속에서 난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비명 소리는 나지 않는다.
누군가 그랬다. 입 밖으로 지르는 비명말고 심장에서 지르는 비명은 1초도 쉬지 않고 지를 수 있다고. 그러다보면 장기의 어느 곳이 병들게 되버리는 것 같다. 나는 마음 깊숙이 병들었다. 아픔은 부표처럼 내 바다에 떠있다.
무엇인가를 애타게 찾아 멀리 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난 그 자리에서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는 꿈을 꾼다.
무언가 잘 못해서 교도소에 갖히는 꿈. 지금은 더 이상 꾸지 않지만 나는 기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마를 죽인 아이가 되었다. 그 때의 신부님과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나의 현실감각이 망가졌던 탓인지 어떤 오해였는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받아들인 건지 어디서부턴가 신발 안에 돌멩이가 굴러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어긋나버렸다. 작은 돌멩이가 하나 박혀 아픔은 매일 지속되었고 아파서 밤마다 울었지만 신발은 벗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계속 달리고 걸어야 했고 전심전력을 다 해서 지금은 없지만 미래에 있다는 전설을 지닌 행복을 찾아 뛰라고, 도태된다고 세상은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한참을 휘청거리고 횡설수설하다 다리가 병들었다. 다시 걸을 수 있을지 조차 잘 모르겠다. 세상은 나보고 나약하다고 멀쩡해보인다고 그 두 다리는. 할 수 있다고 했다.
난 보이지 않는 투병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하고 있다.
그 돌멩이가 꼭 어렸을 때의 단편적인 한 조각의 기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해시킬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원인을 제거해야 나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원인을 찾다가 전생의 전생의 전생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때론 일상을 살다보면 내가 이해할 수 없고 화가 나고 엉킨 실타래들이 한 순간에 풀리고 이해되는 순간도 존재한다. 책 속에서 나는 그 순간을 많이 찾았다.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고 가사를 쓰고 어린 아이같은 그림을 그리고 고양이의 털을 빗기고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 계곡에서 마음에 드는 하얀 조약돌을 주머니에 넣을 때 발과 다리에 박혀있는 작은 돌멩이들은 저절로 부서지고 빠져나가 나에게 작은 평안을 선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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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숨을 쉬고 있는 한 엉킨 실타래들과 무거운 돌들이 또 길모퉁이에서 날 낙아챈다는 것을 안다. 사느라 보지 못했던 어느 새 너무 커져버린 그 돌들과. 혹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빙산. 아니면 매일 매일 그 빙산을 깎으며 나의 길을 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길 뒤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