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제는 울지 않는 중년의 여성이 되어 있을까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씻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마 쪼그려 앉아서 물을 만진다는 것이 아주 옛 기억을 불러 왔는지, 아니면 비누 때가 잔뜩 낀 비누 받침대를 보고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어린냥이 된 두 마리의 고양이가 화장실 타일에 잔뜩 웅크리고 앉아 나의 행위를 유심히 살핀다. 화장실만 가면 뭔가 재미난 구경이 났다는 듯 쪼르르 따라와서 변기에 앉아 있는 나를 올려다 보거나 무릎까지 내린 추리닝의 줄을 치면서 놀거나 타일에 등을 긁는다. 참 사랑스럽다..... 이게 뭐라고 구경을 하니...
발 냄새를 좋아하는 거냥? 놀자는 거냥?
삼바는 등반욕구가 큽니다
아, 이건 여담이고, 그런 화장실 풍경에서 난 아주 옛 기억을 건져올린다.
아주 어렸을 때, 그러니까 유치원을 갈 수도 없었을 때, 우리 가족은 읍내에서 떨어진 내곡리라는 마을에서 살았다. 우리집 앞 집은 젖소를 키웠고 우유를 짜서 팔았다. 동네에는 내 또래 여자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고 오빠 또래의 남자아이들, 아니면 더 큰 아이들이 있었다. 그랬던 것 같다. 하루 종일 가끔 나는 혼자 있었던 것 같다. 동네에 언니가 있었는데 마을 입구 시냇가에서 빨래를 하면 나는 엄마따라 갔다가 송사리를 보고 놀곤 했던 것 같다. 내가 냇가를 한동안 보고 있었을 때 그 언니가 다가와서 송사리를 잡아 주겠다고 했다. 어디선가 먹고 남은(아니면 내가 먹고 난) 쭈쭈바를 먹고 난 비닐을 여러번 냇가에 헹구더니 그 안에 송사리를 잡아 주었다. 그 비닐의 윗 부분을 뜯느라 애를 먹다가 긴 손톱으로 언니가 뜯길래 좀 멋져보였다(이게 뭐라고?).
비오는 날이었다. 한 동안 언니가 나에게 맛있는 거 사줄테니 시내도 아닌 큰 길건너 구멍가게에 가자고 했고, 자꾸 뭘 사주겠다고 했고, 날 데리고 놀겠다고 우리 엄마한테 얘길 했고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좀 어색하기도 했고 뭔가 자꾸 사준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불안했다. 겨우 겨우 구멍가게에 가서 나는 겨우 고민 끝에 고른 것이 20원인지 50원인지 하는 쌀대롱과자였고, 그걸 먹었다고 하니, 엄마가 겨우 고딴걸! 이런 표정과 탄식을 내뱉었던 것 같다.
비누곽을 보거나 해서 이 기억이 떠올랐을 텐데, 이 언니가 정말 기억에 남는 이유는 냇가에서 비오는 날 별 것도 안하고 빨래도 안하면서 쪼그려 앉아서 내가 다가가니 어떡하냐고 울먹이며 멀리 가야 된다고, 나보고 안 울거냐고 그런 식의 말을 했던 것 같다. 아저씨한테 시집을 가야 한다며 울었던 것 같다. 엄마는 하는 일도 없고, 나이 차기 전에...... 뭐 쯧쯧, 혀를 두 번 찼던 것 같고, 결혼하는 상대가 어떤 상대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알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괜찮은 남자였어도 그냥 그 언니(아마 20살을 조금 넘지 않았을까, 23살 정도...)는 시집 가기 전이라 울었을 수도 있다. 모르는 남자랑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잘 살고 있을까?
이제는 중년이 되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