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건

살아지다 보니까 사라지는 걸까

by moonbow

지난 해는 수입이 거의 없었다. 물론 신분은 학생이었지만 그만큼 무언가 결과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아는 친구를 통해서 과외업체를 소개받았고 논술 수업을 시작했다. 예전에 대학생 때 과외를 했을 때는 내가 과외를 못 받아봐서 그런지 이런걸 하나 하나 해줘야 한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됐다. 게다가 대학 땐 영어도 노하우도 없고 외고출신이나 해외 교포 출신을 원하는 경우도 많아서 안좋게 끝난 경우도 많았다.


여차저차해서 이래저래 살고 있다.


사는게 전쟁같다고들 말한다. 살면서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겪을 수록 엄마 아빠는 이럴 때 얼마나 힘드셨을까?


학창시절 농협에 저금인지 뭐 하러 갔다가 엄마가 ATM기 앞에서 넋이 나간 얼굴로 왔다갔다 하는 걸 봤는데 그 때 표정이 사실은 아직도 마음 속에 상처처럼 남아있다.


게다가 가끔씩 듣는 아버지의 올 해 아버지가 돈을 거의 못 벌었다고 말할 때,

뭐라 답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최근에 미국에서 사는 사촌동생이 연락이 와서 큰외삼촌과 외숙모가 오신다고 했다. 시간이 나면 같이 시간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도리를 생각하면 그래야 하는데....... 겁부터 난다. 친척들과의 관계에서 이래저래 상처가 많은 탓인지, 어떤 건지....... 뭔가........ 굉장히 성공한 사람이 아니면 만나면 안될 것 같고 그런 자격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어떤 가족이나 상처가 있고 그렇겠지만 나름 파란만장함 속에서 무언가가 상처로 많이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멀어지는 게 서로를 위할 때도 있다.



친척이라고 해서 도움이 될 거라고 다 아는 것처럼 말하다 보면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어 버리곤 한다.


그러면서 꿈을 많이 꿨다. 한 번도 꿈에 나온 적도 없는 할머니가 나왔고 순간순간 잊고 있던 기억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 못처럼 내 스웨터로 짠 마음의 올을 가끔 하나 하나 툭툭 뽑아냈다.






상처란 때론 아무리 멀어져도 멀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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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때까지 살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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