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엘 마리 3

이목을 끄는 남자

by moonbow

한 참이 흐른 듯 몇 초가 흐르고 이 목이 말했다.

“엑셀은 잘 다룰 줄 알아요?”

아이 콘텍트에 자신있던 마리는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다시 자신감이 곤두박질 쳤다.

“저, 엑셀은 잘 못 다룹니다. 하지만 전 어디가서 책임감 없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고 일을 성실하게 하는 건 자신 있어요.”

그런 솔직함이 좋다는 듯 이목의 표정에는 만족감이 떠올랐다.

“우리가 바로 지금 일을 해야 돼서 오늘부터 일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마리는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함이 몰려왔다.

“일단 이리로 앉아봐요.”

모니터가 매우 큰 컴퓨터에 이목은 엑셀 화면을 띄웠다. 그리고 자신이 콘텐츠를 정리하는 방법을 한 번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번 시범을 보여줬다.

“이제 한 번 해봐요.”

“아, 바로 이렇게 시키는 거에요?”

마리의 솔직한 반응에 두 남자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두 남자는 무슨 신기한 동물이 와서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고 나른한 일상에 재밌는 일이라도 있다는 듯 눈 빛을 반짝였다. 컴맹한테 게임을 가르쳐주듯 두 남자는 마리에게 바짝 붙었다.

“빨리 해봐요.”

“그럼 시작을.. 이렇게..”

“아니, 아니...거기에 그치.”

묵묵히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던 남자가 훈수를 뒀다. 마리는 점점 더워졌다. 두 남자가 옷 깃이 닿을 만큼 양 옆에서 마리를 보면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마리는 엑셀 한 줄을 완성했다.

“오, 그래도 바로 하네!”

바로 이목은 반말을 썼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일할 수 있어요?”

갑자기 마리는 긴장이 풀리면서 배가 고팠다. 시간도 저녁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 어색한 두 남자와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면 체할 것이 분명했다.

“저 오늘은 일이 있어서 내일부터 올게요.”

이목의 표정에 실망감이 살짝 스쳤다.

“그래요, 그럼 내일 오전 10시까지.”

3화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집에 돌아온 마리는 풀썩 하고 가방을 놓고 옷을 뱀허물처럼 벗은 후에 누웠다. 집에서 입는 반바지와 티셔츠를 누워서 입고.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 다 싫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래서는 안될 것이다. 한 때 했던 취업 스터디에서도 더 쉬라는 말을 문자로 듣고다신 가지 못했다. 면접 스터디를 할 때는 그저 질문에 어버버하다가 다음 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때로는 스터디를 하다가 빠릿빠릿한 애들은 다 빠지고 흐리멍텅한 아이들만 남아서 흐지부지되어 버리고 마는,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못 견디고 스터디를 더 이상 하지 않았던 적도 많다.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무슨 전화지?’

“집주인”

이라고 써 있는 핸드폰이 강렬하게 울리고 있다. 받지말까 극도의 고민을 하다가 받았다.

“아니, 거기 살 고 있는 한 마리 라는 아가씨 맞아요? 아니 다른게 아니라, 아니 왜 월세가 이렇게 안들어와요? 3개월째 안들어 와. ”

“아, 네. 제가 사정이 있어서 빨리 넣어 드리겠습니다. ”

“빨리가 언젠데? ”

“한 2주 정도..”

“그게 무슨 빨리야. 너무하네 아가씨가. 젊어서 부터 그러면 못 써.”

“네, 네. 죄송합니다. 빨리 입금하겠습니다. ”

“아니 직장을 안다녀? ”

“지금 구하고 있는...”

“쯧쯧쯧. 요즈 젊은 사람들 문제야 하여간..”

“저, 잠시 다른 데서 전화가 오고 있어서요. ”“ 그래 빨리 입금해. 알았지? ”

“네, 들어가세요.”

한숨을 크게 쉰 마리는 핸드폰 전원을 끄고 집어 던졌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채 발차기를 하다가 마리는 잠이 들었다.

꿈 속에서 마리는 수영을 하고 있었다. 더 빨리, 더 빨리 밖에서는 수영 코치가 그녀에게 더 빨리 가라고 소리를 치며 온갖 욕설을 하고 있었다.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마리는 생각했다.

왜 빨리 가야 하는가.

난 하늘을 보면서 유유히 배영을 하고 싶다. 왜 물 속에서 이렇게 힘들게 수영을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연거푸 물을 마신 후 수영 코치는 마리 팔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 그리고 바보, 등신, xxxxx

수영장에서 마신 물 맛이 이상했다. 너무 더워서 이불을 걷어찬 마리는 잠에서 깼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수영장에서 먹던 물은 마리가 흘린 눈물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마리는 취업이고 뭐고 이란 생활을 하기로 했다. 컴퓨터를 켜고 미친 듯이 알바귀신, 알바지옥 등의 사이트 등을 뒤져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어쩔 수 없이 시급이 낮은 카페 알바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른 알바보다 아는 분이 계셔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가불을 부탁했다. 돈을 달라는 말이 마리에게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아가려면 구걸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아빠 말이 진짜였나.

이제 부턴 투 잡이다.

그래, 내가 여태 흐리멍텅하게 살아왔고 남들보다 뒤처졌기때문에 덜 치열했기때문에 뭔가가 안됐겠지. 이젠 차라리 이렇게 코피 터질 때까지 일해서 스펙 쌓을 돈이라도 벌어야지. 좀 있으면 토익 만기가 다가오는데 몇 만원 되는 그 돈 내려면 또 돈이돈이 있어야 되잖아. 그래 이젠 얼마간이라도 일만하자.

다음 날 한 마리는 눈을 뜨면 지옥이고, 눈을 감으면 천국인 듯한 잠귀신의 재롱에 농락당하면서 겨우 잠귀신의 하수인 이불을 걷어차고 사무실로 향했다. 어제와 같은 오피스텔. 문을 열려 있었고 관리자인 그 남자의 머리만 보였다. 인사를 했다. 그 남자는 받는 둥 마는 둥. 마리는 메일을 열어 엑셀 파일을 깔고 또 다른 파일을 열어 큰 모니터에 두 파일을 동시에 열었다.

이래서 이렇게 큰 모니터가 필요했던 거였군.

각 종 시험에서 나오는 문항들과 답 들을 정리해 넣었다.

이런 많은 문제들이 왜 필요한 걸까.

그래도 답을 도출 할 수 있는 문제들이 좀 있어서 다행이었다. 끈적끈적한 책상과 그리고 말없이 약간은 불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관리자 혹은 사장의 동업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매우 산만하고 자유로운 한 마리는 중간중간 인터넷 창을 열었다가 칸막이 위로 머리카락만 보이는 관리자의 움직임에 흠칫 놀라며 인터넷 창을 닫곤 했다.

엑셀의 빈칸을 정리하자 어느 덧 한 시가 넘어가려고 했다. 마리는 배가 고팠다.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말을 꺼낼까, 밥은 각자 사먹는 거겠지. 지금 체크카드에 얼마가 있더라.

하지만 마리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머리카락만 보이던 그는 어색한 말투로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아무거나 먹자고 하는 그와 마리는 어색하게 가정식 백반집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마리는 이렇게 먹으면 체했다. 역시나 남자는 빨리 사료먹든 밥을 싹싹 긁어 입에 털어넣었다. 마리의 공깃밥은 삼분의 일 정도가 비어 있었다. 이젠 불편해서 못 먹는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제 부터 먹는 나를 관찰하지. 그러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하지.

마리는 반공기까지 먹고 기진맥진해져서 가자고 했다.

아니, 이렇게나 남겨요?

그러면서 관리자 남자는 마리의 밥을 가지고 가서 남아 있는 반찬과 함께 세 번의 숟가락질로 빈 공기를 만들어 놨다.

아, 공기반 밥 반.

이렇게 먹으면 밤에 방구를 엄청 뀔텐데!

아니, 지금 뭔가 나올 것 같아. 방구.

왠지 마리는 자기가 남긴 밥을 친하지도 않은데 먹어치운 남자가 불편했다.

오후 시간은 언제 버티나. 어떻게 하나.

그러나 오전과는 다르게 오후는 시간이 빨리 갔다. 그리고 한 참이 지나가 사장 이목이 들어왔다.

“안녀엉~ ”

밝고 명랑하게 들어왔다. 자기 자리로 들어가는 이목을 마리는 봤다. 어디서나 눈에 띌만한 외모였다. 왠지 주변에 화려하고 모델같은 여자들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을 풍겼다. 관심을 받을 만하게 외모와 다르게 스윗한 인사를 날리고 마리가 쳐다보자 그런 시선이 싫다는 듯이 새침하고 냉냉하게 찬바람을 일으키는 그였다.

“둘이 잘 있었어? ”

이 목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마리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런 마리의 기분을 금방 눈치챈듯 이 목은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관리자도 이 목이 오자 침통해 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목은 옆에 관리자에게 속닥거리더니 눈치를 주고 나가자고 했다. 마리는 둘이 없어지자 크게 숨을 쉬어보았다.

아니, 이런 생활을 직장인들은 어떻게 하는 거야? 대체.

이런 저런 직장에 제시카로 불리던 마리였다. 제시카라고 부르기에 마리는 자신이 이국적으로 생긴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당연히 알바였기 때문에 제시카 알바라고 하며 제시카라고 불리웠던 것이다. 한 사무국에 알바를 했을 때 메신저에서 사원들이 모두 그녀의 이력서를 메신저로 돌려봤다. 아무도 그렇다고 하지 않았으나 눈치로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다른 곳에선 보고 버려졌을 아니면 조롱과 재미의 대상이 됐을 이력서를 그 곳에선 잘 도 봐줬다. 그러나 그들이 전혀 부럽지 않았던 마리였다.

부럽지 않았기에 그런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일까?

하고 마리가 속옷 사이트를 보며 눈팅을 하고 있을 때 둘은 들어왔다.

그래, 이러니까 직장에선 눈치가 중요한거야.

급히 화면을 껐다.

둘은 마리에게 다가왔다.

“잘 하고 있어요?”

“아, 네. 어제 하라고 하신 대로 하고 있어요. ”

“맞아, 말도 한 마디도 안하고 계속 일하더라고. ”

무슨 말을 하겠니

“어디 그럼 해봐요.”

“아, 네. ”

마리는 최대한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오늘 한 대로 잘 콘텐츠를 분류해서 옮겨 정리하려고 노력했다.

“아! 이건 요기 요렇게!”

아 맞다.

마리의 실수를 눈감아 주지 않고 이목이 바로 잡으려고 한다. 일을 가르쳐 주기 보다는 두 남자는 재밌는 오락을 하는 듯 하다.

“그건 저기 이렇게 해야 돼요.”

“아....네.”

마리가 또 실수를 하자 관리자인 남자가 느끼하게 말했다. 두 남자는 점점 마리에게 밀착한 형태가 되어 버렸다. 빨리 하면서 정확하게 하려고 마리는 노력했다. 한 참의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만 나고 두 남자는 서로 쳐다보며 동시에 소리를 냈다.

“월~~~~~

잘하네. “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마리는 의자에서 튕겨져 나왔다. 얼굴은 붉게 열기가 올랐다. 그리고 시계를 본 마리.

“헐! 저 가야돼요. ”

“어디를? 아, 오늘 다같이 회식하려고 했는데. 저 알바에 늦어서.”

“알바를 또 해요?”

“내일 뵐게요. ”

“아, 내일 봐용~”

마리는 허겁지겁 지하철 역으로 뛰면서 사장의 목소리가 왠지 달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마리는 그런 것을 느낄 틈이 없었다. 가불까지 받았는데 지각이라면 정말 마리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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