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 정 , 애정, 우정. 비밀의 숲에서 일어난 일.(스포있음)

by moonbow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는 정말 특별했고 신선했다.


아는 남자 작곡가 동기지만 나보다 나이많은 사람이 <미쓰 홍당무>를 극찬하는데 여자보다 더 여자를 뭔가,구해주려는? 더페미니스트(인체)하는것같아서고개가 갸우뚱해졌지만,


나도 역시 <미쓰홍당무>의 영화의 블랙코미디와 여성 간의 우정이 사랑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정말 천하에없는 캐릭터인공효진의 '미쓰 홍당무'도 마찬가지였고 나도 얼굴이 빨게 지는

'얼빨간'이어서 공감이 갔다. 하지만 막판에 그 치과 의사를 또 찾아가는 부분이나 태생적으로 외로운 여주인공을 보자면 뭐랄까 웃긴 상황을 만들었지만 너무도 외로워져서 이상한 울음과 감정이 들어서 껐다 켜다 하면서 영화를 봐야 했다.


그게 뭔지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세월이 흘러 흘러, 여자 감독은 체력이약하다거나 두번 째 영화를 못 찍는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들었을 무렵, 이경미 감독의 새 영화 소식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곧 동기 모임에서 어떤 동기가 최근 쓰레기 같은 영화를 봤다며 '비밀은 없다'라고 했다. 아까 <미쓰 홍당무>를 극찬하던 남자 동기는 너무 고맙다며 너 덕분에 쓰레기 같은 영화 피해갈 수 있어서 좋다고 그랬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당신이 좋다고 극찬하던 미쓰 홍당무 감독 거라고 했다. 어딜가나 내 발언은 '그럴리가 없어, 니가 잘 못 알아겠지'라고 묻히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그 표정엔 '네가 뭘 모르고 하는 소리겠지? 이게 뭔 소리야?' 이런 물음표가 떠오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나도 돌고 돌고 돌아 '비밀은 없다'를 보았다.


스크린샷 2018-01-31 오전 12.57.09.png 영화 타이틀 나오기 전


영화 얘기를 하다가 여자 배우가 할만한 작품이 없다, 전도연, 김혜수, 손예진 배우들을 얘기하다가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의 연기가 소름돋았다는 아는 동생의 말에 비밀은 없다를 보게되었다. 순순히 영화에 대한 평없이 연기를 보고자 보았고 영화 개봉 당시 3일만인가 내려갔다가 쏟아지는 비난에 감독은 얼마나 힘들까, 씨네 21이나 그런 데에 '비밀은 없다'에 대한 위로와 같은 평이 나온다는 뭔가 그런 이야기들이 다 지나간 후에 보게 되었다.


처음 손예진의 저 표정과 검은 눈에 담긴 것, 머리카락을 흔드는 바람. 영화 타이틀이 나오기 전에 나오는 장면이다.


스크린샷 2018-01-31 오전 12.57.44.png 미장센이 훌륭하다, 곳 곳에 '비밀의정원'을 상기시키는 듯한 느낌. 그리고 지금 사진 올리면서 보니 저 왼쪽 소파가 영화를 관통하는 상징인 '와일드 로즈'인 듯 하다.


딸의 실종

vs

남편의 국회의원 출마


딸을 애타게 찾는 것은 엄마 뿐이다. 그리고 딸을 찾는 과정 속에서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딸에 대해서 진실을 알아가고 자신을 둘러싼 곳의 진실 또한 알아간다.


스크린샷 2018-01-31 오전 12.58.54.png 점점 변하는 '엄마'라는 캐릭터 (저 회색 스웨터 넘나 예뻤다, 짜임도 좋고, 길고 ㅋㅋ)

손예진이 연기한 엄마인 그녀는 점점 변한다. 약간 맹하고 '공부 머리가 없고' 내조를 잘하는 예쁜 정치인의 아내에서 딸이 실종되고 자신만이 찾는 진실(딸)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녀는 눈빛에서, 그리고 크게는 '패션'과 '화장'에서 부터 변화를 보여준다.

스크린샷 2018-01-31 오전 12.59.55.png 무당을 찾아가 빌기도 한다, 하아... 스웨터.

손예진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패션이 캐릭터와 조화를 잘 이루면서도 예쁘고 특이한 옷을 입어주는 배우 중 한 명이 아닐까 한다. 그 '백야'에서 연보라색 스웨터 원피스라든지, 라든지..


스크린샷 2018-01-31 오전 1.00.08.png 자신의 손을 가위로 찌르면서 협박하는 엄마.

난 저런 광기가 좋다. 지금 쓰고 있자니 주인공은 확실히 저렇게 변할 때 자신이 누군지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모습에 매료되거나 싫지만 그 끝을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아마 쓰레기라고 하는 사람들도 그 끝은 궁금했을 것 같다.


스크린샷 2018-01-31 오전 1.00.44.png 정말 다른 환경의 두 소녀, 와일드 로즈가 핀 곳이 그들의 비밀 공간이다.

소리내어 엉엉 우는 소녀. 그런 소녀를 바라보는 다른 소녀.


영화를 보면 실종된 딸의 친구가 어떤 쪽에 서 있는 지 헷갈린다. 그리고 1학년 담임 이었던 여 선생 또한 마찬가지다. (이 경우엔 의심이 더 되지만) 헷갈리게 하는 떡밥을 아주 잘 깔아 놓았다. 아마 쓰레기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런 수많은 떡밥이 골치아프다고 느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내 취향 ㅋ 좋음.


그리고 너무 머리 아프지 않게 그 떡밥을 아주 잘 회수한다. 편집이 한 몫했다. 10대 소녀를 연기한 배우들도 아주 탁월했고 감독이 지도를 잘 한 듯 하다. 캐스팅도 좋았다.



광년이처럼 딸의 발인에 입었던 보라색 꽃이 가득한 원피스도 아마 '딸, 와일드 로즈'에서 파생된 어떤 상징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딸의 발인에 하늘은 보는 그녀는 속으로 크게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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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엄 병~!'

다들 염병을 떨고 있던 것이다. 경쟁자인 정치인이 와서 남편을 독려한다. 딸의 죽음으로 곤두박질치던 남편의 표심은 동정론으로 급상승한다.

검은 옷을 입고 플래시 세례를 받는 남편과 상반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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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뻔하긴 하지만 '나 악녀요'하는 패션. 아님 나 광년이요. 좀 뻔하긴 하지만 '나 악녀요'하는 패션. 아님 나 광년이요.


본격적으로 딸의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파내는 그녀. 비밀을 감당하겠다는 것보다는 딸을 죽인 자, 딸을 둘러싼 비밀을 알아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렇게 묘사하고 설명하는 게 참.. 더 ㄱ래 보이지만 어쨌든 블랙과 레드 립스틱은 TPO를 잘 선택하면 강렬하다(비주얼이 아니라 심경을 드러내는 데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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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너무 영화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소녀의 아지트. 비밀이 생성 되는 곳.


엄마는 딸이 왕따였고 밴드를 했었고 거짓말도 참 많이했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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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모두 풀어낸 후 그녀는 검은 옷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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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로즈는 하얀잎이지고 사라지고 빨간 열매들만 얼어가고 있다. 푸르렀던 초록은 이제 안개 속에서 겨울의 어둠으로 성큼성큼 들어간다. 비밀이 숨겨져 있었을 때는 초록색이고 일상은 완벽한 듯이 돌아갔고 그녀는 잃을 것만 많았다. 그리고 얻을 것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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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확인하는 딸이 자신에게 가졌던 거짓이 아닌 진실을 그녀의 친구의 목소리로 확인하는 그녀. 뜨겁게 포옹하는 둘. 그래서 영화는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상실하고 진실을 알아가면서 초록색에서 검은 색으로 변한다.


이경미 감독은 '미쓰 홍당무'에서 부터 느꼈던 여성간의 뜨거운 연대감과 우정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같다. '비밀은 없다'에선 정치 스릴러로 잘 못 포장되어 마케팅 실패의 쓴맛을 봐야했지만.


이 영화는 이경미감독에게는 하나의 큰 과도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천착하는 주제에서 판은 더 커졌고 시나리오에 참여했던 '박찬욱'감독의 색깔도 많이 들어갔다.


여튼 두 소녀의 가사, 밴드, 미술, 미장센 등등 디테일과 연기에 공을 많이 들인 영화. 그리고 떡밥들과 떡밥 회수도 성공적으로 열심히 한 영화였다. 소녀들의 연기가 굉장히 신선했고 광기어린 손예진의 연기 또한 좋았다.


여튼 이경미 감독의 다음 영화를 또 보고 싶다. 그리고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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