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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kim Nov 20. 2019

Just because it's Christmas!

모두에게 축복을

Just because it's Christmas!

- 모두에게 축복을



카페에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앉으면 캐롤이 들려온다. 냉장고에 다 마시고 없는 우유를 채워 넣기 위해 마트에 갔더니 트리 장식이 제일 잘 보이는 진열대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렇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부터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캐롤로 새 옷 갈아입 듯 단장을 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스피커에선 아리아나 그란데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산타에게 소원을 들어달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혹자는 뭐 벌써 캐롤이 나오냐고 하지만 나는 더 길게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일 년 중 제일 손꼽아 기다리는 시즌이다. 크리스마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다. 캐롤 가사에는 종소리와 함께 새하얀 겨울 원더 랜드를 노래한다. 가족과 지인에게 사랑과 축복을 나누는 메시지를 적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나누고,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선물을 기다리는 설렘에서 웃는다. 크리스마스엔 이렇게 모두에게 진심으로 축복을 빈다.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고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다. 여행이라면 길고 거주라기엔 짧은 기간인 몇 개월 동안 맨하탄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 우연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는 11월과 한창인 12월이 겹쳤었다. 뉴욕에서 지낼 때의 추억 모두 즐거웠지만,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을 짧게나마 경험했던 기억이 역시 그 행복의 농도가 가장 짙게 남아 있다. 미국 대선과 겹쳐서 더욱 축제의 규모가 컸던 해였는데, 롸커펠러센터 앞에 세워진 트리의 점등식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모였었다.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구경하러 온 관람객부터 사고를 막기 위해 보초를 서는 경찰까지 그 누구도 설레는 미소를 짓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엄청난 인파가 한 두 줄로 서서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어도 불평하는 자도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트리 점등식이 뭐라고 몇 시간 전부터 이렇게 유난일까라고 살짝 생각도 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는 '나는 이 행사에 매년 함께 하지는 않지만, 너에게 따뜻함을 선물하고 싶어서 제안하는 거다. 지금은 춥고 다리가 좀 아프겠지만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야. 가수 공연과 점등식이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춥고 다리 아파하는 나에게 말했다. '지금 이거 머라이어 캐리가 부르는 라이브 캐롤 보려고 서있는 게 아니라고? 그럼 뭐가 중요하다는 거야?'라고 물었고 친구는 그저 웃으면서 말했다. "Just wait, Korean."


머라이어 캐리가 부르는 캐롤도 라이브로 듣고, 화면에서만 보던 해외 가수와 배우들의 그리팅 메시지를 듣고 즐기는 몇 시간이 지났다. 점등식도 다 끝나가는 눈치였다. 이제 불만 켜면 되나 싶었고 모두 카운트다운을 셌다. 그 무엇보다 화려하게 트리의 전구들이 켜졌고, 그 순간 모두가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내 옆 사람이 동양인이고 서양인이고 무관했고, 남자고 여자고 어리고 늙었고 하는 것은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쭈뼛거리며 어색해하는 한국인인 나와 달리 나를 둘러싸고 있던 모두가 웃으며 나의 축복을 빌어줬다. 안아주기도 하고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눈을 맞추면서 진심을 나누었다. 벅차오르는 내 표정을 본 친구도 같이 외치면서 내게 말했다. "거봐,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 따뜻함을 선물한다고 했잖아 내가!". 그때부터였다. 내가 일 년 중 제일 기다리는 시즌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된 것이.


나이를 먹을수록 나조차부터도 편을 가르고, 평가하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곤 한다. 그렇게 자신을 흠씬 두들겨 패며 한 해를 보내다 보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는 것이다. 스스로의 상처를 어루만져 달래고, 반성하는 시즌이 온다. 용서와 사랑, 그리고 축복이 충만한 겨울.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도 <Love Actually(러브 액츄얼리)>다. 사랑은 주변에 가득하고(Love is all around), 네게 필요한 것 역시 오직 사랑이라고(All you need is love) 노래하는 영화. 길거리에 종소리가 더욱 가득 찼으면 좋겠고, 빨갛고 초록 초록한 색색이 온 거리에서 빛났으면 좋겠다. 별 다른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Just because it's Christmas!처럼 내가 바라는 그 이상만큼 내 주변의 모두가 가진 상처가 아물고 새로운 축복과 영광에 행복해했으면 좋겠다.


이 글의 마지막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애플의 연말 홀리데이 광고 영상을 첨부하며, 10여 년을 동안 우리 가족을 사랑해줬던 강아지, 뭉치에게 축복을 보내며 마친다.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웠고, 나중에 우리 가족도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꼭 웃으면서 마중 나와주길 바라. 사랑해!


https://youtu.be/F6Mj3i-T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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