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늘 나에게 어렸을 때 많은 연애를 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의 뜻을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해가 지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이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아빠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스무 살 초반까지의 우리는 아직 자기 형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마치 슬라임처럼 흐물흐물한 상태인 것이다. 연애를 해도 상대의 조건을 크게 따지지 않고, 서로의 단점보다 잘 맞는 부분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각이 없으니 스며들기 쉽고, 마음을 들이밀어도 아프지 않다. 그래서 그 시절의 사랑은 비교적 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스물 중후반을 지나면서 우리는 자신만의 길을 찾기 시작한다. 사회에서 많은 걸 보고 듣고 겪으며, 마음도 점점 단단해진다. 그렇게 ‘나’라는 형태에 모서리가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더 이상 흐물한 모양이 아닌 각자의 개성이 담긴 형태로.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조금만 나와 다른 면이 보이면 금방 도망치고 싶어진다. 모서리끼리 부딪힐 때의 아픔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너무 쉽게 스며든다. 그리고 이제는 연애할 때 보는 기준도 점점 많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원하는 관계의 결까지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사람을 보는 눈높이가 어쩔 수 없이 올라가 있는 것이다.
결국 연애가 어려워지는 건 우리가 복잡해져서가 아니라, 각자의 형태가 너무 또렷해져 버렸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었다. 문득 예전의 나에게 묻게 된다. 정말 우리는 맞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서로에게 스며들기엔 너무 단단해져 있었던 걸까. 어쩌면 사랑은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이 아니라, 너무 단단해진 나를 다시 유연하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